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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구경 갔다 무릎 못쓰게 됐다…등산 때 지켜야할 걷기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종희(44)씨는 지난달 부부 동반으로 한라산에 올랐다. 산이 높아 부담스럽긴 했지만, 체중 관리도 할 겸 큰마음을 먹고 도전했다. 힘들게 성판악 코스를 완등했는데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저녁 무렵 무릎이 아파지더니 하루, 이틀이 지나도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발을 디딜 때 무릎이 불안정하고,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무릎이 접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더니 연골판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산행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등산객 무릎 부상도 늘고 있다. 산을 다녀온 후 무릎이 걸리거나 삐걱거리는 느낌이 있을 때 단순히 무리해서 그렇겠거니 하고 무심코 넘기면 안 된다. 손상 부위가 커져 조기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왕배건 원장 도움말로 등산 무릎 부상 주의점 등을 알아봤다.

장시간 반복해 경사진 곳을 오르내리는 동안 몸무게 하중은 무릎에 실린다. 무리할 경우 무릎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초보 등산객이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부평힘찬병원에 따르면 등산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 중 반월상 연골판 손상으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반월상 연골판은 대퇴골과 경골 사이에 초승달 모양으로 안쪽과 바깥쪽에 하나씩 있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무릎의 안정을 돕는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작은 충격에도 연골판이 쉽게 파열된다고 한다. 무릎 관절의 노화가 시작되는 40~50대는 등산 중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반월상 연골판 부상 위험이 커진다.

등산객 모습. 연합뉴스

등산객 모습. 연합뉴스

왕배건 원장은 “무릎 반월상 연골판은 퇴행성 과정이 진행되면 탄력이 떨어져 외부 충격에 찢어지기 쉽다”며 “중년층의 반월상 연골판 손상은 무릎 연골 손상으로 이어져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환되기 쉬운 만큼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등산 시 내리막을 주의해야 하는데, 하산 시 큰 보폭으로 급하게 내려오면 무릎이 뒤틀리며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 발생하기 쉽다고 한다. 46살 A씨도 최근 산행 중 만만하게 봤던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넘어졌다. 이후 무릎이 붓고, 움직일 때마다 무릎이 시큰거리며 뻑뻑하다는 걸 느꼈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은 결과 A씨 병명은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었다.

왕 원장은 “만약 등산 후 무릎을 구부렸다 펼 때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 조금만 무릎을 틀어도 삐걱대는 느낌이 들면 진찰을 받아보라”고 했다. 무릎 주위가 붓거나 아픈데 한번 손상된 연골판은 자연 치유가 어렵다고 한다. 손상 부위가 점점 커지면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역할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조기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등산 도중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릎의 하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왕 원장은 강조했다. 천천히 자주 쉬면서 산을 오르는 것이 좋다. 휴식은 관절이 느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보폭은 평지에서 걸을 때보다 좁게 하고, 리듬감 있게 걷는 것이 좋다고 왕 원장은 말했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평소 기초 체력을 기르는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등산 때는 스틱을 사용해 체중을 분산해 주는 걸 추천했다.

반월상연골판 손상 자가진단법. 자료 힘찬병원

반월상연골판 손상 자가진단법. 자료 힘찬병원

반월상 연골판 손상 여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가 진단해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선 상태에서 양손을 잡은 뒤 증상이 있는 환자는 한쪽 발을 들고, 검사할 다리의 발을 바닥에 붙인 상태로 20~30도 굽힌다. 손을 잡은 상대방이 좌우로 180도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무릎도 회전시켜 통증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통증이 있다면 연골판 손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왕 원장은 “반월상 연골판 손상으로 인한 통증은 손상 부위가 매우 심하지 않은 이상, 통증이 약해지면서 자가치유가 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며 “무릎에서 힘이 빠져 겉도는 듯하며 휘청거리거나 무릎이 꺾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연골판 손상 여부를 확인해보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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