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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민원 30건 묵살된 입주민 "성남시, 성남의뜰 비호세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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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가 민원 처리하는 걸 보면 사실상 성남의뜰 비호 세력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죠.”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의 아파트 입주예정자 A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19년 판교 대장지구 청약에 당첨돼 올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A씨는 입주를 준비하며 성남시 등에 30여 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약 6000세대가 대장지구에 입주할 예정인데도 주민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성남시에 민원을 넣을 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물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성남의뜰은 민간 자본이 들어간 페이퍼컴퍼니인데, 이 정도면 대장동 사업을 공공개발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전국 공공택지 토지주들의 연합인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서 ‘대장동 게이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전국 공공택지 토지주들의 연합인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서 ‘대장동 게이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성남시가 인프라 조성…혈세 낭비”

성남의뜰은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약 50%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최근 3년간 배당액 5900억원 중 4040억원이 민간기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에 돌아가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간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500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A씨 등 대장동 입주민들은 이러한 이 지사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입주민들의 요구가 묵살됐고, 결과적으로는 민간에 초과이익을 환수당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음은 A씨와의 주요 문답.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일대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일대 모습. 연합뉴스

대장지구 문제점이 무엇인가
“먼저 교통난이 심각하다. 2009년에 개통된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를 둘러싸고 난개발이 일어나면서 10년 사이에 교통량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대장지구에 6000세대가 들어서면 정체는 더 심해질 것이다. 또 신도시 특성상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많아 학교 과밀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련 민원이 어떻게 묵살됐다는 건가
“민원을 넣을 때마다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문의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도시를 개발할 때 꼭 필요한 인프라 조성도 시행사 소관이라는 거다. 그런데 정작 성남의뜰은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않은 채 개발 사업이 끝나면 사라진다. 결국 대장지구 인프라는 성남시가 세금으로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개발사업 이익은 민간이 가져가고,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셈이다.

입주민들의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성남시는 지난 7월 성남의뜰로부터 1036㎡의 공공청사 용지를 37억여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일자 성남시는 해명자료를 통해 “판교대장지구 내 공공청사용지는 2016년 실시계획 인가 고시 당시부터 현재 면적과 동일하게 계획돼 있었다. 토지 수용 시기는 토지 수용 뒤 토지조성이나 기반시설 설치 등이 이뤄지므로 개발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토지매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천대유 수상하다” 민원에 ‘문제없다’

검찰이 지난달 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장진영 기자

검찰이 지난달 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장진영 기자

입주민들은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들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간 것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성남시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A씨는 “2018~2019년 성남의뜰과 화천대유 매출액이 급증한 부분이 의심스러웠다”고 했다.

어떤 점이 수상했다는 건가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8년 성남의뜰 영업이익률이 30%를 넘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영업이익률이 10%대인 점을 고려하면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매출액이 10억 원대였던 화천대유도 2019년에는 4000억 넘는 매출을 올렸다. 성남시 차원에서 회계 조사가 필요하다고 민원을 넣었다.”

주민들의 이러한 민원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은 “성남의뜰과 화천대유가 적법하게 외부 감사를 받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A씨의 민원을 담당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외부기관에 대한 감사 권한이 없어 당시 성남의뜰과 화천대유에 민원 내용을 문의해서 답변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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