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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절세 위한 사전증여…어쩌다 억대 세금 꼬투리 됐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89)

Q 최근 허씨는 세무서로부터 상속세를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았으니 상속세를 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속 당시 아버지 재산이 많지 않았기에 상속세가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한 허씨는 세무서 방문 후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로부터 미리 증여받은 것 때문에 오히려 세부담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증여 당시 증여세를 모두 냈는데도 다시 또 상속세를 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허씨 형제들이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 많지 않았는데도 상속세가 고지된 이유는 바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2년 전 미리 허씨 형제들에게 증여한 것 때문이다. 허씨로서는 증여받을 때 이미 증여세를 다 냈는데 다시 상속세를 또 내야 한다는 건 왜 그런 것일까? 미리 증여했더라도 상속 시점에 이를 합산해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미리 증여해도 10년 내 사망하면 상속세 추가

상속 당시 상속재산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10년 이내 증여받은 것이 있다면 그 증여재산가액까지 합하여 상속세가 계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상속 당시 상속재산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10년 이내 증여받은 것이 있다면 그 증여재산가액까지 합하여 상속세가 계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미리 증여해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미리 증여해 증여세를 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추후 사망하게 되면 사망 당시의 상속재산과 사전증여재산을 모두 합해 상속세를 계산하게 된다. 단, 상속일로부터 10년(상속인이 아닌 경우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만 합산하고 10년(5년) 이전에 증여한 재산은 합산하지 않는다.

허씨의 경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2년 전 허씨 형제 3명에게 각각 3억원씩 증여했다. 이에 증여공제 5000만원을 제외하고 증여세로 각각 약 3880만원씩 납부했다. 그 후 2년 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통장에 남은 현금 1억원을 상속받았다. 허씨는 상속공제로 최소 10억원(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공제 5억원)이 공제되니 추가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이미 증여세도 다 냈으니 별 문제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비록 상속 당시 상속재산은 1억원이었더라도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재산 9억원을 합해 총 10억원에 대해 상속세가 계산된다. 장례비 공제(1000만원 한도)를 감안하더라도 상속세 과세가액은 무려 9억 9000만원이 된다. 상속 당시 상속재산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10년 이내 증여받은 것이 있다면 그 증여재산가액까지 합하여 상속세가 계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전 증여, 자칫 상속세 부담 키워

어떤 종류의 자산을 먼저 증여해야 절세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지 검토해 그 우선순위를 바로 정하고, 증여받는 대상을 다양하게 분산해 증여한다면 세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사진 .pxfuel]

어떤 종류의 자산을 먼저 증여해야 절세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지 검토해 그 우선순위를 바로 정하고, 증여받는 대상을 다양하게 분산해 증여한다면 세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사진 .pxfuel]

허씨는 미리 증여받은 금액이 합산되어 상속세가 계산되더라도 상속공제로 10억원이 공제되면 결국 추가적인 상속세 부담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속공제도 전액 다 공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한도를 두고 있는데 사전 증여가 있을 경우 상속공제 한도가 축소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단, 상속세 과세가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함).

허씨의 경우 상속공제 한도는 상속세 과세가액 9억9000만원에서 사전증여재산가액(증여공제 차감 후 가액) 7억5000만원(총 3명)을 차감해 2억4000만원이 공제 한도로 계산된다. 즉, 최소 10억원이 공제될 거라는 허씨 생각과 달리 사전증여로 인해 상속공제 한도가 축소되는 바람에 2억 4천만원 밖에 공제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상속세 과세표준은 7억 5000원으로, 이에 대한 상속세는 1억 6500만원으로 계산된다. 물론 허씨 형제들이 이미 납부한 증여세 산출세액 1억 2000만원은 공제되므로 그 차액인 4500만원을 추가 상속세로 내야 하는 것이다. 허씨로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상속세 4500만원이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만일 허씨 형제들이 9억원을 미리 증여받지 않고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버지 사망 시 10억원을 그대로 상속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속공제 10억원을 모두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상속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괜히 미리 증여받는 바람에 허씨 형제들은 증여세로 1억 2000만원, 상속세로 4500만원, 총 1억6500만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 셈이다.

재산 규모에 따라 사전증여 유불리를 미리 따져보아야

상속증여세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리 증여해 두는 것은 가장 대표적인 절세 방법이다. 증여 후 10년(5년)을 넘길 경우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설령 10년(5년)이 지나지 않아 상속이 되더라도 증여 당시 가액으로 상속세를 정산하기 때문에 상속세 절감효과가 상당하다. 또한 자산가치가 향후 계속 상승한다면 상속시점까지 늦출 것이 아니라 더 오르기 전에 일정 부분 미리 증여해 두는 것이 좋다. 따라서 어떤 종류의 자산을 먼저 증여해야 절세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지 검토해 그 우선순위를 바로 정하고, 증여받는 대상을 다양하게 분산해 증여한다면 불필요한 세부담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상속재산 규모나 종류에 따라서는 미리 증여하는 것보다 차라리 더 기다렸다가 상속으로 받는 것이 세부담 면에서 유리한 경우도 많다.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분이나 고령자 등 임종을 앞둔 경우라면 증여하기 전에 미리 유불리를 검토해 보는 게 좋다. 사전증여로 인해 오히려 세부담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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