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도 반한 캐스퍼…"이것은 경차다" 되새기며 타봤더니 [주말車담]

중앙일보

입력

현대차 출시한 경형 SUV 캐스퍼의 외관. 조약돌처럼 단단한 형태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출시한 경형 SUV 캐스퍼의 외관. 조약돌처럼 단단한 형태다. [사진 현대차]

“이것은 경차다. 이것은 경차다…”
시승에 앞서 마음속으로 이 말을 5번 정도 반복했다. 생각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경차는 경차다. 럭셔리 수입차도 가족용 중형 세단도 아니다. 이 시승기는 경차로 시작해 경차로 끝난다. 시승기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법.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시 캐스퍼 스튜디오에서 캐스퍼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1호 계약서를 쓰고 '픽'한 바로 그 차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함에도 사전 계약 첫날인 지난달 14일 사전계약 1만8940대를 기록하며 내연기관차 판매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캐스퍼의 조수석. 휴대전화를 거치할 수 있는 공간 등을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글로브 박스도 좁지 않았다. 강기헌 기자

캐스퍼의 조수석. 휴대전화를 거치할 수 있는 공간 등을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글로브 박스도 좁지 않았다. 강기헌 기자

조약돌처럼 단단한 차체는 일반적인 경차보다 컸다. 운전석과 뒷좌석에 차례로 앉아보니 사방이 넉넉했다.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았다. 승용차 대비 전고가 높은 탓인지 앞과 옆이 트인 느낌이 들었다.

스튜디오에서 시승차를 천천히 운전해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시승차는 1L 터보 모델이었는데 가속이 굼뜨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고속도로를 진입하자마자 도로 위는 차량이 가득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구간에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차로 유지 보조 기능도 탁월했다. 램프 구간에서도 중앙을 잘 잡아냈다. 이는 기존 경차에선 찾아보기 힘든 기능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시속 10㎞ 이하에선 작동을 멈췄지만 도심 정체 구간에서 활용하기엔 충분해 보였다.

캐스퍼의 트렁크. 뒷좌석을 접지 않으면 작은 여행용 캐리어 2개 정도를 실을 수 있는 크기였다. 강기헌 기자

캐스퍼의 트렁크. 뒷좌석을 접지 않으면 작은 여행용 캐리어 2개 정도를 실을 수 있는 크기였다. 강기헌 기자

정체구간을 벗어나서 가속페달에 발을 올렸다. 시속 90~100㎞를 오가며 달렸다. 바퀴가 차체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들었다. 고속 구간에서도 차량의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강성 경량 차체 구조를 확보해 안전성을 갖췄다”는 현대차의 설명이 빈말이 아니었다. 국도에 접어들어 요철구간을 지나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경차 수준에선 느끼기 힘든 탄탄함이 차체에 녹아있는 것 같았다. 다만 고속주행시 풍절음은 “이것은 경차다”로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국도에 접어들자 고속도로에서 보이지 않던 단점이 하나 둘 나타났다. 우선 언덕 구간을 여유있게 오르기엔 힘이 부족했다. 고속도로와 일반도로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4단 변속기의 한계가 언덕 구간에선 뚜렷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이것은 경차다”는 말로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도심이나 주택가 등 경차가 주로 지나야 하고 지날 것 같은 구간에선 크게 불편함을 느낄 수준은 아니었다. 요즘 출시되는 양산차 대부분에 적용되는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이 아닌 브레이크 부스터(일명 하이드로 백)를 적용해 브레이크는 조금 깊고 힘을 줘서 밟아야 했다.

캐스퍼의 네비게이션과 센터페시아. 간결하고 깔끔했지만 기어를 주차 상태에 놓고 공조기 버튼을 누르기엔 불편해 보였다. 강기헌 기자

캐스퍼의 네비게이션과 센터페시아. 간결하고 깔끔했지만 기어를 주차 상태에 놓고 공조기 버튼을 누르기엔 불편해 보였다. 강기헌 기자

눈에 띄는 단점은 신호대기 시 진동이었다. 엔진룸에서 시작된 진동은 앞 좌석까지 들어왔다. 꼬마 유령 캐스퍼처럼 진동은 차량 내부로 퍼졌다. 캐스퍼의 엔진은 3기통으로 진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피스톤 개수가 짝수인 4, 6기통 엔진에 비해 홀수 피스톤 엔진은 왕복운동을 하는 피스톤의 짝이 맞지 않아 진동이 더하다.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도로 시승(1시간 20분)이 끝난 뒤 스튜디오에 대기하는 또 다른 시승차에 올라 시동을 걸어봤다. 첫 시승차와 비교해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확실히 적었다. 그럼에도 동급인 마티즈(GM대우), 마치(닛산)와 비교해 적지 않은 진동이 실내로 유입됐다. 진동 감소 대책만 따로 마련한다면 글로벌 경차 시장에 내놔도 충분히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