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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키맨’ 유동규 체포…금품·로비 의혹 본격 수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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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호 01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일 전담 수사팀을 발족한 지 이틀 만에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리)을 전격 체포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을 시작할 당시 민간사업자 선정, 주주 구성이나 이익금 배분 방식 등을 설계하는 데 깊이 관여한 핵심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겸하던 2015년 3~7월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과 심사, 최종 이익 배분 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 등 민간 투자자들이 이 사업을 통해 수천억원대의 특혜성 수익을 얻는 데 유 전 본부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는지 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출마한 이재명 지사의 선거운동을 측면 지원하고, 선거 뒤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돼 이 지사의 측근이란 얘기가 나온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사건의 핵심 단서는 천화동인 5호 대주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달 27일 제출한 19개의 대화 녹취 파일이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에 민간 사업자로 참여할 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수익 구조를 짠 인물이다.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는 화천대유·천화동인 1호 대주주인 김만배씨, 유 전 본부장 등이 배당 수익금 4040억원을 어떻게 재배분할지 논의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또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씨 명의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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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파일 내용 중 김만배씨가 “내가 실소유주가 아니란 걸 직원들이 다 안다”는 취지로 한 발언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13번째 녹취 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씨, 정 회계사가 이익 분배 방안을 놓고 논의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10월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녹음된 것으로, 이 자리에서 배당 액수를 놓고 다툼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들이 여야 정치인과 법조인, 성남시의회,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제공할 350억원대 자금을 갹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민간사업자의 이익 배분 등에 유 전 본부장이 관여했다면 사실상 그가 이들과 ‘한몸’으로 대장동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녹취록에 이재명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측근 인사들 이름도 거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대장동 리스트’ 논란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녹취록 파일 내용에는 이 지사의 이름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검찰, 유원홀딩스 역할에 의심 … 경찰, 김만배 등 핵심 8명 출금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욱(아래 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장동 사건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뉴시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욱(아래 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장동 사건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뉴시스]

녹취 파일과는 별도로 정 회계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핵심 간부에게 보낼 현금 뭉치를 찍은 사진과 로비 정황이 담긴 진술서도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다만 사진 속 돈뭉치가 실제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향후 수사를 통해 규명될 전망이다.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지분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상태다. 그는 또 관련자들의 대화를 녹음한 정영학 회계사를 두고 “누군지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정·관계 로비설에 대해 화천대유 측 대리인은 “350억 로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 간에 이익의 배분비율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희곤(위 사진)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장동 사건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뉴시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희곤(위 사진)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장동 사건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뉴시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사실상 측근을 통해 ‘유원홀딩스’ 법인을 세운 목적도 추궁하고 있다. 유원홀딩스의 실소유주가 유 전 본부장이라는 의심에서다. 등기부등록상 해당 법인의 대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소속 투자사업팀장으로 근무했던 정민용 변호사다. 그는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의 대학교 후배다. 검찰은 이에 따라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와의 연계 아래 유원홀딩스에 차명으로 지분을 투자해 이곳을 자금 세탁 용도로 활용한 것은 아닌지도 규명할 전망이다.

한편 경찰도 본격 수사에 나선 상태다. 경찰은 이날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핵심 관계자 8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출금 대상자에는 김씨를 비롯해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관계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김씨와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간 수상한 자금흐름 정황을 잡고 통보한 건과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건,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건 등 3건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김만배씨가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회사 계좌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거액을 인출하고 지난해까지 473억원을 빌린 것을 놓고 용처를 추적 중이다. 화천대유 측은 “묘지 280개, 임차인 100여 명 등 토지 수용 절차를 해결하기 위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김만배씨가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 회부된 시점을 전후해 권순일 대법관을 수차례 만난 것도 논란이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 지사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등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무죄 취지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작년 9월 퇴직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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