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과학기술 패권 시대, 과기 공약 실종된 한국 대선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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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호 30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광주·전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각 후보들이 무대 위에서 득표 결과 발표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광주·전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각 후보들이 무대 위에서 득표 결과 발표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연합뉴스]

대선 후보 간 의혹·흑색 비방만 난무

세계는 과학기술 내세워 패권경쟁하는데  

과학기술이 중심 된 정책공약 경쟁해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 간 공방이 어느 때보다 거세고 혼탁하다. 특히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와 고발 사주 의혹 등 유력 주자들을 둘러싼 이슈가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지면서 혼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은 대한민국의 다음 5년을 이끌고, 더 나아가서는 미래세대가 살아갈 토대를 닦을 지도자를 뽑는 중차대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형국은 “나는 이런 대통령이 되겠다”가 아니라 “저런 사람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식이다. 정책 경쟁은 실종하고, 흑색 비방만 난무한다.

2020년대를 본격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후보 개인의 과거 문제에 얽매일 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지금 세계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말로 상징되는 미·중 간의 패권 전쟁으로 뜨겁다. 신흥 강국 중국이 부상하면서 기존의 강대국인 미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패권 전쟁의 핵심은 과학기술이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경제 패권국으로 도약을 목표로 하는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위해 과학기술 발전에 진력해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을 2025년에는 70%까지 달성하면서 10대 핵심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신흥 강국의 도전에 기존 강대국이 가만있을 리 없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기업에 대한 기술제재와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 유학생과 연구원의 미국 입국 금지를 위해 관련 법안을 만드는 등 본격적인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제 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의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김현동 기자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제 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의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김현동 기자

올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패권전쟁의 첫째 수단으로 과학기술을 얘기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에도 공약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양자컴퓨팅·반도체 분야에 대한 대폭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공동 주도한 유전학자이자 수학자인 에릭 랜더 MIT 교수를 임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적 명성의 과학자들이 우리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과학과 사실·진실에 근거하도록 해줄 것이다. 과학은 언제나 행정부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다”라며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중 패권 전쟁의 한가운데 끼어있는 우리는 어떤가. 유력 대선 후보 중 구체적인 과학기술 공약을 내놓은 사람이 없다. 심지어 현 정부의 비과학적 탈(脫)원전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하는 후보까지 있다. 국내외 과학자들이 기후 위기의 유력한 에너지 대안으로 원자력을 얘기하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경험한 일본조차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4대 에너지원 중 하나로 원자력을 꼽고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내년 정부 R&D 예산이 처음으로 30조원에 이르게 된다. 그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었으나, 이제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과제 성공률 99.5%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특허청장은 ‘R&D 패러독스’를 말할 정도로 한국 사회는 ‘혁신 지체’라는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

우리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 사회를 이끌 미래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대선 승리를 꿈꾸는 후보라면 하루빨리 아수라와 같은 의혹들을 매듭짓고 과학기술을 필두로 한 정책공약 개발과 제시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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