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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극복 위해 계몽주의 되살리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6호 20면

지금 다시 계몽

지금 다시 계몽

지금 다시 계몽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나는 이 책에서 21세기의 언어와 개념으로 계몽주의 이념을 지금 다시 기술하고자 한다.”

이렇게 선언한 스티븐 핑커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1997),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2012) 등의 저자로 국내에도 꽤 알려진 심리학자다. 하버드대 교수인 그는 인간의 언어·마음·본성에 대한 연구를 해왔는데, 이 책에서 계몽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계몽주의는 17~18세기 이후 서양이 주도해온 근대 사상을 가리킨다. 토머스 홉스, 데이비드 흄, 임마누엘 칸트, 애덤 스미스 등이 활약하던 시대다.

서양의 근대는 이성과 과학을 무기로 삼아 인류 문명의 무한한 진보를 기획하며 성과를 올렸다. 동양은 서양 따라가기에 바빴다. 그런데 20세기 전반 두 차례의 참혹한 세계대전을 겪으며 이성과 과학에 대한 신뢰는 무너져 내렸다.

근대성을 비판하는 포스트모더니티(근대후) 바람이 1960년대 이후 불기 시작했다. 포스트모더니티는 탈중심과 다양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서양 중심주의로부터 배제됐던 아시아 문화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절대주의보다 상대주의가, 순수 문화보다 잡종 문화가 각광을 받는 등 포스트모더니티는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포스트모더니티가 유행하는 21세기 ‘탈이념 시대’에 200~300년 전의 모더니즘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18년이다. 정치적으로 포퓰리즘이 성행하는 세태에 대한 인문학적 비판의 성격이 담겨 있다. 저자에 의하면, 포퓰리즘은 계몽주의와 상반된다. 부족주의나 권위주의 같은 인류의 부정적 요소를 제약하기 위해 발전시킨 계몽주의적 제도가 포퓰리즘에 의해 무력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가 요청하는 근대의 이념은 ‘이성·과학·휴머니즘·진보’로 요약된다. 모든 현상이 그렇듯 여기에도 양면성이 있다. 이런 근대적 이념이 절대적 선이 아님을 지난 세기에 경험할 수 있었다. 2018년의 시점에 저자는 ‘이성·과학·휴머니즘·진보’의 긍정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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