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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신약 개발사 고공행진, 과대포장 여부 살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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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호 15면

K바이오 투자 열기 재확산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주(株)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에 이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진단키트·백신·치료제 관련주 몸값이 다시 급등세이고, 덩달아 최근 몇 년간 이른바 ‘K바이오’의 인기를 이끌었던 종목으로까지 투자 열기가 재확산하고 있다. 진단키트 업체인 바이오니아 주가는 3개월여 만에 3배 이상 급등했다. 8월 초까지만 해도 3만원대였던 에이치엘비 주가는 신약 임상 결과 호재 등에 힘입어 한 달여 만에 6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박세익 체슬리자문 대표는 “단편적인 정보에 무조건 올라타고 보자는 식의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K바이오 싹 죽일까봐 규제 강화 망설여

K바이오는 그동안 반도체·2차전지 등의 업종과 함께 국내 증시를 주도해 왔다. 하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독 부침이 잦았다. 바이오주에 투자해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막대한 피해를 본 투자자 역시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때 K바이오의 대명사였던 신라젠에 투자한 경우다. 신라젠은 개발하던 간암 치료제 ‘펙사벡’이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글로벌 임상 3상(신약 시판 이전 마지막 임상 단계) 허가를 받으면서 코스닥 상장 초기 1만원대였던 주가가 한때 15만대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2019년 임상 중단 권고 소식에 주가도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겹치면서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당시 펙사벡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피해가 컸다. 신라젠 사태 이후에도 헬릭스미스의 미국 임상 3상 실패 등으로 주요 바이오주가 휘청거린 바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유독 바이오주의 부침이 잦은 건 산업 자체의 구조적인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바이오 산업은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일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나 의약품 위탁생산(CMO)에 기대지 않는 경우, 최소 10년 뒤를 보고 개발하는 신약이 성공할 때까지 만성 적자가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국내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바이오 업체가 태생부터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 규모라 이를 감당하기 더 어렵다. 이 때문에 투자 유치 등을 통한 몸집 키우기가 절실하고, 그러다 보니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기술력이나 재무구조의 과대포장 등 무리수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규제에 나서기도 하지만, 그 칼날이 너무 날카로우면 자칫 K바이오의 싹을 자를 수도 있어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신라젠 사태 이후에도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재무구조가 열악해도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를 선별해 상장을 허용하는 것) 심사를 다소 강화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각에선 기술특례상장을 없애거나 더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업계 관계자는 “씨젠 등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발 빠른 대응으로 글로벌 시장을 접수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특례상장으로 기초체력을 닦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사전에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K바이오의 성장 잠재력을 맹신하고 불나방처럼 ‘묻지마 투자’에 뛰어드는 빈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크게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세익 대표는 “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의 세밀한 분석에 집중하면 기업도 과대포장이라는 쉬운 유혹에서 벗어나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투자하려는 기업이 해외 네트워크를 잘 갖췄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글로벌 임상 도전에선 같은 신약이더라도 전문가집단 등 현지 네트워크를 잘 갖췄을수록 임상 통과 가능성이 커진다.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특허료 등을 받고 해외 기업에 제공하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술수출 계약을 했어도 계약금 중 대부분은 신약의 실제 개발과 판매에 성공해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해외 대형 기업과 협업할 기회를 못 잡거나, 영업력이 떨어지는 기업과 손잡는 경우 신약 출시 타이밍부터 놓칠 수 있다.

기술수출, 글로벌 임상 도전 리스크 줄여

다른 하나는 기업이 이런 기술수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뿐더러 고도의 설계·운영까지 필요한 글로벌 임상에 직접 도전하는 리스크는 줄이되,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 해외 다른 기업에 자사 기술을 맡겨 실리 먼저 취하는 게 기술수출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자금력과 노하우 부족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의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일수록 기술수출이야말로 꾸준하게 투자를 유치하면서 장기적으로 버틸 체력을 갖추게끔 하는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에 강점이 있는 바이오 벤처일수록 여기에 전념하면서 성과도 내는 경우가 많다. 2019년 독일의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원대 규모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을 한 코스닥 상장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이정규 대표는 “신약 개발 역사가 60~70년 정도로 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K바이오는 역사가 짧은 만큼 직접임상 도전에서 실패 확률이 높은 게 당연하다”며 기술수출이 중요한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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