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제동도 전력난도, 중 당국의 계산된 통제 결과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2 00:02

업데이트 2021.10.0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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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호 08면

[SPECIAL REPORT]
중국경제 긴급 진단
낙관론 - 정부서 위기 컨트롤 가능

코로나19와 미국의 대(對)중 제재 속에서도 중국경제는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코로나19로 한풀 겪었던 성장세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회복 중이다.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2.7%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도 있지만 선진국 수요를 기반으로 대외교역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던 중국경제에 최근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중국정부의 자국 내 기업 규제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벌이던 대규모 부동산개발회사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가 파산하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사업비를 빌려 준 은행 등 금융권으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국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벌어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공장이 수시로 멈춰서고 있다. 정전사태는 특히 장쑤·저장·광둥성이 심각한데, 이 3개 성은 글로벌 기업의 공장이 몰려 있는 제조업의 전초기지다. 정전사태가 이어지면 글로벌 산업생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지 언론은 정전사태가 내년 3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진짜 위기는 헝다가 아니라 전력난”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도 정전사태가 이어지면 3·4분기 성장률이 각각 0.1∼0.15%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정전에 따른 생산 감축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미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7%로 내렸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면서 세계의 공장이다. 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경제가 휘청이면 한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경제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7일까지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 1일 중국 상하이 홍차오역이 고향이나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까지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 1일 중국 상하이 홍차오역이 고향이나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로이터=연합뉴스]

네트워크의 세계에서는 ‘네트워크의 힘은 네트워크에 가입한 가입자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맥칼프의 법칙’이 적용된다. 10억 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16억5000명의 모바일 가입자를 가진 중국은 네트워크 세계에선 100억 명과 272억 명의 네트워크 파워를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같은 중국 네트워크시장을 보고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중국 플랫폼 기업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이 ‘공동부유론(共同富裕论)’이라는 기치 아래 반독점법, 네트워크보안법, 노동자보호법을 들고 나와 플랫폼 기업을 옥죄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주가가 40~80%나 폭락한 때문이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이 애꿎은 미국 투자자를 잡은 셈이다. 미국이나 서방세계가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을 ‘공동빈궁론(共同貧窮论)’이라고 비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토에 상장 반도체·배터리 기업 주가 폭등

서방세계는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중국 정부의 민영기업 죽이기는 자살골로 중국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중국 투자는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방세계의 이 같은 분석은 사실일까. 중국의 플랫폼 기업 제재만 보고 싸잡아 ‘중국의 민영기업 죽이기’ 혹은 ‘중국에 위기 온다’고 보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플랫폼 기업 제재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중국의 플랫폼 기업 6곳의 총 매출액은 2조3000억 위안으로, 중국 GDP의 2.3% 수준에 그친다.

플랫폼 기업 제재의 본질도 고민해야 봐야 한다. 지금의 중국은 ‘선부론(先富论·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는 이론)’이 만든 후유증이 심각하다. 공유제(共有制·두 사람 이상이 재산이나 이익 등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제도)가 기본인 중국사회에서 현재 소득 상위 1% 부자의 소득이 하위 50% 전체 소득보다 많다. 극단의 불평등 구조가 지금 중국의 맨 얼굴이다. 중국 부자는 포브스 100대 부자 중 20명이나 되고, 최고 부자는 세계 부자 순위 18위다. 1인당 소득이 중국보다 3배나 높은 한국은 포브스 100대 부자에 단 한 명도 없다. 한국의 최고 부자는 156위다. 중국은 파이를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상대적 빈곤은 4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실제로 도시와 농촌간 격차가 1978년 2.6배였는데, 지금도 2.6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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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공유제의 나라 중국은 다 같이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나라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지금의 소득 불평등은 위기 수준이다. 황하강이 범람해 수십에서 수백만 명의 유민이 생기면 남쪽의 부자를 털다가 관가를 털고, 나라를 터는 것이 중국의 역사다. 부의 불평등, 더 나아가 실업이 심해지면 나라가 엎어지는 것이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의 역대 위정자들은 “물(민중)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면서 민중의 분노를 두려워했다. 민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게 최근의 플랫폼 기업 규제다. 소득 상위 기업을 옥죄 그들의 시장 점유율을 낮춤으로써 ‘공동부유’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시장은 개방돼 있지 않아 1위 기업을 규제하면 2,3위 기업의 점유율은 증가하고 1위 기업의 점유율은 떨어지는 형태다. 정부 규제로 자국 기업이 쪼그라든다고 외국 기업이 시장을 잠식해 국부가 유출될 우려가 없는 것이다.

다른 산업도 비슷한 형태다. 그러니 마음 놓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의 불공정 혹은 안전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산업(디디추싱), 반독점으로 민생에 부담을 주는 독과점 산업(알리바바), 인구 증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산업(교육과 부동산·제약 업종), 많은 부채와 고탄소 배출로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산업 등이 규제 대상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 분야 주요 기업이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고, 규제로 주가가 급락했다. 서방세계는 이를 중국경제의 위기라고 반격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의 부채 문제, 정전사태 등이 겹치면서 서방세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 6곳의 매출이 전체 GDP의 2%대에 그치는 것처럼 헝다의  부채 2조 위안은 중국 기업이 안고 있는 총부채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나라

최근 19개 성(省)에서 제한 송전으로 정전사태가 일어났지만, 정전사태의 본질은 전력 부족이 아니다. 정부의 에너지 감축 목표(-3%)를 달성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송전 제한과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부 산업에 대한 생산 제한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에너지 감축 목표를 조정하고, 성별로 균형을 잡아 지방정부에 생산·송전 제한을 완화하라고 명령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기업 제재나 헝다 사태, 정전 문제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중앙정부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고, 또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서방세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겉으로는 주가 급락에 따른 보복으로 중국의 경제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중국 증시에 계속 돈을 밀어 넣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는 올해 2월 이후 단 한 번도 외국인 순유출이 없었다. 최근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중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팔았다. 정말로 중국이 경제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중국 증시에서 투자금을 회수했을 텐데, 정반대로 중국 증시에 계속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을 ‘플랫폼 기업 죽이기’가 아니라 극단적으로 양극화한 중국의 소득구조 개선을 위한 일련의 정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디디추싱 등은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를 추구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다. 그런데 공동부유를 위해 반드시 육성해야 할 4가지 범주도 있다. 첫째, 미국의 ‘기술로 목 조르기’에서 탈피할 고부가가치의 첨단산업이다. 반도체·배터리·첨단소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 해외에 상장한 중국 인터넷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지만 중국 본토에 상장된 반도체·배터리 기업은 주가는 폭등세다. 둘째, 소득격차와 불평등을 줄이는 산업이다. 도시와 농촌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농업 관련 농기계·종자·유통 업종이다. 셋째, 국가안전과 관련된 산업으로 보안, 방산, 우주항공 업종, 넷째, 탄소중립과 환경보호 관련 산업으로 전기차, 수소차, 환경처리업종이다. 여기에 큰 기회가 있다.

선부론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이 앞세운 선부론은 ‘먼저 동쪽의 특구와 해안지역부터 부유해지고, 이어 서부와 내륙이 따라간다는 것’으로, 1978년 개혁과 개방 이후 중국 경제 정책의 핵심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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