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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급증해도 모이고 나간다” 위드 코로나 이미 진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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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호 06면

1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학교에서 열린 2022학년도 수시모집 미술 실기고사 응시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30일 기준 전 국민의 50.1%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학교에서 열린 2022학년도 수시모집 미술 실기고사 응시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30일 기준 전 국민의 50.1%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1개월. 코로나 줄이 길다. 이 긴 줄에는 일상과 비상, 평안과 불안, 희망과 절망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줄은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의 행렬로 이어질 참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선별검사소. 점심시간인데도 긴 줄이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70여 명이 긴 꼬리를 만들었다. 같은 날 서울시 시청 앞 서울광장 선별검사소에도 검사대기 줄이 섰다. 이렇게 전국 16만여 명이 검사를 받은 뒤 나온 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2486명. 요일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서울 시청 근처에서 근무하는 김동준(50)씨는 “확진자와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한 식당에 같이 있어 불안감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확진자 수가 요일별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는 와중에도 최근 모임, 다중시설 이용 등이 늘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코로나19 일상 변화’ 설문(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에 따르면, 9월 첫째·둘째 주 동네 카페·음식점 방문(62%→71%), 지인과의 모임·회식(22%→28%), 다중이용시설 방문(58%→61%), 자연녹지공간 방문(43%→46%)이 한 달 전보다 증가했다. 한국리서치 관계자는 “7월 초 시작된 4차 대유행의 장기화로, 방역 피로감이 쌓이면서 외부활동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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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서치는 또 다른 조사에서 코로나19 방역 전략에 관해 물어봤다. 국민 59%가 지역사회 확산 지연, 건강피해 최소화 등 ‘완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확진자 발견, 접촉자 격리 등 ‘차단 중심 전략’을 지지한다는 응답(41%)을 18%포인트 차로 앞섰다. 지난해 2월부터 21차례 벌인 이 조사에서 ‘완화 전략’이 ‘차단 전략’을 앞선 건 처음이다. 이처럼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늘면서도 외부활동도 증가하고, 방역 전략의 완화를 원하는 것은 불안감 속에도 일상 회복을 추구하려는 심리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달 7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를 발표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동의 여부를 묻는 문항에서 성인남녀 1000명의 73.3%가 “찬성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영업시간 조금만 늘어도 희망”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위드 코로나’를 일제히 반기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정효봉(40)씨는 “주점은 영업시간 제한에 많은 타격을 받는 업종이다. 아무리 초저녁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어도 이전 매출의 4분의 1도 안 돼 절망 상태”라며 “영업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인원제한이 있어도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장수(45) 전국카페사장연합회 대표는 “방역 지침 완화로 백신 인센티브 제도를 좀 더 확대해 2차 접종을 한 사람에 한해서는 인원 제한을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직장인들도 ‘위드 코로나’로 방향을 잡는 게 적절하다는 반응이 많다. 회사원 강모(27)씨는 “현 방역체계의 실효성이 그다지 높지 않고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크다면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모(26)씨는 “재택근무가 보편화했는데 수기 결재나 협력업체 날인 등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업무를 해야 할 때 유관부서가 재택근무 중이면 업무 처리가 늦어져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다만 강씨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증가하는데도 하루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은 현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를 진행하면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백신을 맞았는지, 한 공간에 있을 만한 사람인지 불신과 반감이 생길까 우려스럽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부득이하게 접종을 못한 중증환자, 기저질환자의 감염 위험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 백신 패스 도입은 꼭 필요하다”며 “미접종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면 백신 접종을 한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미접종자에 대한 불편함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드 코로나’로 향할 키 포인트(key point)는 여론조사의 퍼센트(%)가 아니다. 디테일이다. 정부는 이미 위드 코로나를 예고한 상태다. 시기로는 10월 말 성인 80%가 접종을 완료하고 2주 뒤 항체가 형성되는 11월 초가 유력하다. 접종 완료율은 1일 0시 기준 50.1%. 18세 이상으로 보면 58.2%다. 1차 접종률은 76.6%다. 정재훈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당연히 가야되는 방향”이라며 “본격적인 추진은 11월이지만 사실은 이미 그 전에, 지금도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환자 병상이 지금보다 충분히 확보됐다면 그때부터는 점진적으로 방역정책을 완화하며 위드 코로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영국·싱가포르 위드 코로나 참고”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영국이나 싱가포르처럼 접종률이 80%여도 방역이 완화되면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하루 사망자가 200명씩 나올 수 있다”며 “영국·싱가포르 등 위드 코로나 개념을 도입한 다른 나라들의 실패, 성공담을 바탕으로 디테일한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찌감치 6월에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싱가포르는 확진자가 1000명대로 급증하자 지난달 25일 다시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28일 확진자 수가 2000명대를 돌파하더니 30일에는 2474명으로 확산세가 지속 중이다. 영국은 하루 확진자가 3만6480명에 사망자 137명(30일 기준)인데도 지난 7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강행 중이다. 일본은 1일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완전히 해제하면서 위드 코로나를 전격 선언했다. 일본은 1차 접종률 약 70%, 접종 완료율 60%다. 최근 한 주간 확진자 수가 한국보다 5000여명 적은 1만3324명이다. 스웨덴은 접종 완료율 76%를 돌파하자 지난달 29일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천은미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위험도가 낮은 부분부터 서서히 방역을 완화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야외에서는 노마스크를 허용하고, 백신 접종 완료자는 주점 등 위험도가 높은 다중이용시설을 더 늦게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 교수는 또 “코로나19 치료제를 집에서 복용하고 회복할 수 있는 방안도 나올텐데, 정부와 지자체·의료진의 협조가 필요하고 국민의 동의도 구하는 등 디테일한 작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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