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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특검” 단일대오 짰지만… ‘첩첩산중’ 국민의힘, 왜

중앙일보

입력

‘정영학 녹취 파일’을 기점으로 대장동 개발 의혹이 새 국면에 접어들자 국민의힘은 특검 카드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당내에는 이 녹취 파일이 개발 의혹과 여권 인사의 연결 고리를 입증할 발판이 될 거란 기대가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야당 정보력에 한계가 있는데다가 특검을 하지 않는 이상 편향 수사가 예상되기 때문에 마냥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는 복잡한 속내도 감지된다.

“창, 방패 다 여권이 손에 쥔 싸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9월 2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진상조사를 위해 판교대장동 일대를 방문해, 원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9월 2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진상조사를 위해 판교대장동 일대를 방문해, 원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1일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불 붙은 여야 정쟁에 대해 “창과 방패를 모두 손에 쥔 여당과 맨손으로 싸우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여당에 비해 야당이 손에 쥘 정보가 한정적이라는 의미다. 국민의힘 대장동 TF 관계자는 “관련 기관 자료 제출부터 증인 채택까지 야당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우리보다 여당 특정 캠프가 대장동 사업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쌓아두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대선주자 캠프 인사도 “여야의 정보 비대칭이 크기 때문에, 정보를 가진 쪽에서 어떻게 가공하고 취사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야권이 타격을 입을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도 공수처도 “국민의힘 편 없다”

대장동 의혹 화천대유와 관련 회사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9월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천화동인 4호 사무실(현 엔에스제이홀딩스)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김성룡 기자

대장동 의혹 화천대유와 관련 회사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9월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천화동인 4호 사무실(현 엔에스제이홀딩스)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이 연일 특검을 압박하는 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에 앞장선 김태훈 차장검사, 송철호 울산시장 사위인 김영준 부부장 검사”라면서 이들을 “친정권 검사”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다수당인 여당이 특검을 철통 방어하는 상황에서, 이를 뒤집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게 한계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특검으로 안 갈 수가 없다”(이상민 의원)는 의견이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일부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맡을 가능성도 있지만, 야당에선 “검찰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특검이 불발되면 여권에 유리한 꼬리 자르기 수사 결과가 쏟아질 수 있다”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와 일부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곽상도 놓곤 이준석ㆍ조수진 ‘으르렁’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중앙포토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중앙포토

국민의힘은 다른 야권 인사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정 회계사 녹취 파일엔 국민의힘 의원급에 대한 로비 언급은 없는 거로 파악된다”고 말했지만, “우리부터 철저하게 연루자를 솎아내야 공세를 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당내에 만만치 않다.

앞서 국민의힘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역풍을 맞았다. 이 사안 처리를 놓고 지도부 간에 신경전도 벌어졌다. 30일 밤 국민의힘 긴급 최고위가 소집된 걸 두고 조수진 의원이 “퇴직금 규모를 떠나 화천대유의 불법과 관련이 있나”라며 “심야에 최고위를 열어야 할 정도로 (제명 논의가) 시급한가. 전두환 신군부도 이러지 않았다”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곽 의원이 뇌물 받은 정황이 있냐는 당신 문자를 그대로 들고 국민과 당원을 설득해보라”며 “남한테 훈계하듯 시키지 말고 직접 하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준표 의원은 “조 의원이 좀 과했고,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 외에도 윤 전 총장 부친이 화천대유 회장인 김만배씨 누나와 부동산 거래를 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사태 파장이 대선 주자에까지 닿자 “진흙탕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보수정부 집권 때인 2015년 이후 전방위 로비가 시작됐다면, 당시 보수진영 인사들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일 체포되는 등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자, 당 일각에선 “결국 의혹의 몸통인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지사가 벌써 ‘유 전 본부장은 측근이 아니다’는 식으로 선 긋기에 나서지 않나”라며 “결국 이 사태는 사업의 ‘설계자’라고 주장하는 이 지사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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