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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린온 유족 "아무도 처벌 않고, 文 행사 들러리 서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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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제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1일 오전)에 3년 전 마린온 추락 사고로 숨진 장병들의 유가족을 초대해 일부 유가족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올해까지 세 차례의 추모식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대통령 행사에 들러리를 서라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날 행사는 지난 2018년 7월 17일 마린온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영일만에 정박한 마라도함 함상에서 진행된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마린온 헬기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해병대가 48년 만에 다시 날개를 달게 된다”며 “올해 12월 항공단이 창설되면 입체적인 공격 능력과 기동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마린온 추락 사고로 숨진 장병의 이름을 부르며 “항공단 창설 준비 과정에서 순직한 이들의 영면을 기원한다. 해병의 용맹과 자부심은 전우애와 희생으로 이뤄낸 값진 승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상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마린온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상 마라도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마린온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념식에 앞서 문 대통령은 해병대 1사단 내 마린온 순직자 위령탑을 찾았다. 일부 유가족이 동행한 자리였다.

하지만 추락 사고로 숨진 5명의 장병 가운데 유일한 병사였던 고(故) 박재우 병장의 유족은 행사 참석을 거부했다.

박 병장의 고모인 박영미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에 “피해자만 있고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은 미종결 상태에서 축제(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하라는 게 제정신으로 할 소리냐”고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3년 전에도 희생자들의 49재가 끝나기도 전에 가수가 공연하는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하라고 요청해서 억장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박 교수는 또 “사고 직후엔 청와대 인사 중 누구도 조문조차 안 오다가 영결식 아침에야 비서관을 내려보냈고, 유가족들이 항의해 쫓겨났다”며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애도의 뜻도 보이지 않다가, 3일 뒤에야 SNS에 몇 줄 추모글을 올린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로도 해마다 열린 세 차례 추모식에 대통령이 한 번도 참석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대통령 행사에 들러리를 서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 날인 1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부대 내 마린온 순직자 위령탑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 날인 1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부대 내 마린온 순직자 위령탑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뉴스1]

사고 당시 마린온 헬기는 이륙 직후 13초 만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장병 5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민ㆍ관ㆍ군 합동 조사위원회는 기체 결함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국방부와 해병대는 물론 마린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통틀어 단 한 명도 처벌과 징계를 받지 않았다.  

사고 직후 유가족들은 당시 KAI의 사장이었던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3년이 지난 올해 현충일 전날(6월 5일)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유가족들에게 통보했다. 〈중앙일보 6월 7일자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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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유가족들은 즉시 항고했지만 검찰은 기각했고, 유가족들은 지난달 13일 대구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상태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삼풍백화점ㆍ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도 건설업자와 공무원 등 사고 관련자들이 공동정범으로 입건되고 처벌을 받은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그런데도 검찰이 시간만 질질 끌다가 무혐의 처분을 내린 건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재조사를 해서 누가 잘못했는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확인을 해야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7월 해병대가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 사고 현장을 공개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8년 7월 해병대가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 사고 현장을 공개한 모습. [연합뉴스]

유가족들은 지난 7월 17일 3주기 추모식에서 국방부에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재조사를 요청했다. 박 교수는 “추모식 전 간담회에서 서욱 국방장관에게 재조사를 요구했다”며 “당시 서 장관은 ‘내 임기 내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안을 알아봐야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로 재조사와 관련해 국방부는 묵묵부답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일 중앙일보에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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