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대화 끊겨 北미사일 증강…그러니 인센티브 주자"

중앙일보

입력 2021.10.01 10:59

업데이트 2021.10.01 11:09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 언론 인터뷰에서 대북 대화가 중단된 사이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증강하고 있는 데 우려하며 미국을 향해 “대북 인센티브를 구체화하라”고 촉구했다.

정의용 장관 WP 인터뷰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수행을 마치고 귀국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 뉴스1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수행을 마치고 귀국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 뉴스1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정 장관은 미국이 북한과의 면대면 회담에서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 인센티브를 보다 자세히 할 것을 촉구했다. 또 북한이 대화 정체 기간을 미사일 및 핵 능력 증강에 이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warning)”고 보도했다. 인터뷰는 정 장관이 유엔 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수행을 위해 미국 뉴욕에 머물던 지난달 23일 주유엔 대표부 공관에서 이뤄졌다.

美 향해 종전선언 또 촉구

WP에 따르면 정 장관은 “현 상태가 계속되면 이는 북한 미사일 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장 큰 두 가지 장애물은 (북ㆍ미)양측 간의 불신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북한이 스스로 선택한 고립 상태”라며 “불신은 한 방으로 극복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WP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적)업적으로 삼아왔으며, 임기를 약 1년 남기고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거의 없자 북ㆍ미 간 대화를 재개시키려는 열망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정당한)권리로 주장하며 미국을 향해 제재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향해 ″대북 인센티브 구체화″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향해 ″대북 인센티브 구체화″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북ㆍ미 간 불신을 언급한 정 장관은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경우에 대비해)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들(concrete things)을 상세히 설명할 것”을 권하며 종전선언을 구체적 조치의 예로 들었다고 WP는 전했다.

나쁜 행동에 보상? 협상 금기

이런 정 장관의 발언은 북ㆍ미 간 대화가 중단되며 북한이 미사일 능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니, 미국이 적극적 인센티브 제공 의향을 밝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긴장 고조를 막자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종전선언 등을 인센티브를 주자는 발언으로 들릴 여지가 있다. '대화에 나오면 이런저런 선물을 주겠다'는 식의 약속은 북한뿐 아니라 모든 협상에서 금기시하는 ‘나쁜 행동에 보상해주자’는 말이 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부터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단거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 일련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듭하며 한ㆍ미를 위협하는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정책 리뷰를 완성한 직후부터 북한에 대해 “조정되고 실용적인(calibrated and practical) 접근을 한다”는 일관된 원칙으로 표명해 왔다. 하지만 정 장관이 미국의 대북 인센티브 제안이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이 정교하지 못하다고 우회적으로 이를 부정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美 “구체적 대북 제안 했다” 반박

실제 WP는 정 장관의 이런 주장에 대한 미국 측 반박도 함께 담았다. WP는 “미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구체적 사항들을 제안하지 않았다는 (정 장관의)의견을 부인했다(reject). 또 미국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응하지 않아 교착 상황이 온 것이라고 비난했다(blaming)”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대북 외교에 진지하고, 조건 없이 만날 준비 돼 있다. 우리는 북한에 이런 제의를 하는 과정에서 북한과의 협의를 위한 구체적 제안들을 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WP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잦은 협의를 언급하며 “한ㆍ미의 입장은 일치한다”고도 말했지만, 실제로는 대북 접근법에서 온도 차가 감지되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지만, ‘대화 재개용 인센티브’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뉴스1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뉴스1

블링컨 “北 미사일, 국제 우려” 온도 차

지난달 28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만 하더라도 정부는 북한이 반발한 ‘도발’이란 표현을 쓰지 않은 채 “유감”만 표명했고, 탄도미사일로도 규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미국은 입장 차이가 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를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정확히 무엇을 발사했고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평가와 분석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우리는 (이를)반복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미사일 발사시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미사일 발사시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 남북 연락선 복원”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남북 간 대화를 우리는 확실히, 원칙적으로는(in principle) 지지한다. 적절히 현존하는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마 합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칙적 지지’와 ‘적절한 방법’을 거론한 데서는 묘한 불편함도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이어 “우리는 (북한의)반복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더 큰 불안정과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긴장 고조에 방점이 찍힌 분위기다.

이와 관련, 미국은 영국 및 프랑스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도 요청했다. 추가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안보리 차원에서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의 도발을 규탄할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