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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판다와 캥거루의 싸움…의외로 팽팽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퀴즈! 중국과 호주 중 국토 면적이 더 넓은 나라는? 중국 땅 넓은 거야 다 아실 테고, 호주는 무려 대륙 전체가 한 나라이니 만만치 않은 승부일 거 같은데요. 그래도 중국(9억6000만ha, 4위)이 호주(7억7412만ha, 6위)보다 조금(?) 더 크네요.

호주와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셔터스톡

호주와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셔터스톡

땅 넓은 거 빼놓고 두 나라, 참 많이 다릅니다. 인구부터 그런데요. 중국은 넓은 땅만큼 많은 인구(14억5000만명)가 살지만, 호주는 2500만명밖에 안 됩니다. 인종과 언어, 역사적 환경, 경제·산업 구조 등에서도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죠.

그래도 양국 교류의 역사는 오래됐는데요. 1800년대 중후반 골드러시 때 많은 중국인이 일거리를 찾아 호주로 건너간 게 출발점. 기본적인 ‘백인 우월주의’ + ‘쟤들이 우리 일자리 다 빼앗아 간다’는 특유의 반중 정서가 깊이 박혀 있지만,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중국이 호주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2000년대 중후반엔 특히 사이가 좋았죠.

양국 관계에 본격적인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2017년 호주 정치권에 중국계의 로비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보도 이후입니다. 중국이 경제 교류를 넘어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가 커진 거죠.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고, 이후 홍콩 시위와 코로나는 많은 호주 국민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호주 시드니. 셔터스톡

호주 시드니. 셔터스톡

지난해부터는 아주 대놓고 으르렁거리는 중. 2020년 4월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를 촉구하자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 일부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곤 보리·와인·구리 등으로 제재를 확대해갔죠. 호주가 거의 미국과 한 몸처럼 홍콩, 티베트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자 골은 더 깊어졌습니다.

아예 호주 방문을 자제하라고 명령. 호주 유학생의 30%가 중국인이니 맛 좀 보라는 거죠. 11월엔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 조치도 강행! 2019년 기준 호주 수출의 38%가 중국입니다. 제재 중인 소고기, 구리, 석탄 등은 모두 10대 수출품에 포함되고,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 이상입니다. 당연히 타격이 불가피할 텐데요. 실제로 석탄 수입 제재 탓에 일부 광산이 문을 닫기도.

예상치 못한 역효과도 발생했는데요. 최근 중국 내 일부 공장과 가정이 전력난 위기에 처했는데 이게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탓이란 겁니다. 중국 내 제조업 공장이 밀집한 장쑤, 저장, 광둥성 등이 특히 전력 사정이 좋지 않다는데 호주를 압박하려다 자기들이 당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

호주 와인. 연합뉴스

호주 와인. 연합뉴스

사실 양국 간의 진짜 예민한 무기는 바로 철광석. 2019년 기준 호주산 철광석의 82% 이상이 중국을 향했는데, 중국 입장에선 총 수입량 중 호주의 비중이 62.2%입니다. 2위 브라질(21.3%)의 약 3배! 딱히 다른 곳에서 사 올 수도 없으니 중국 입장에서도 철광석은 못 건드리는 상황인데요. 그 와중에 철광석 가격은 급등! 중국이 언제 제재에 나설지 모르니 사재기 수요가 몰린 탓입니다.

다른 쪽에서도 호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요. 미국이 중국에 맞서는 친구를 시원하게 도와주고 있어서죠. 얼마 전 미국·영국·호주 협력체 ‘오커스(AUKUS)’가 출범했는데 첨단 군사기술을 공유하는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입니다. 이걸 기념이라도 하려는지 미국은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넘긴다는 놀라운 선언을 했습니다.

중국 경제. 셔터스톡

중국 경제. 셔터스톡

호주는 아예 일본·인도와 손잡고 공급망 복원도 추진 중입니다. 중국 없는 공급망을 준비하겠다는 건데요.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일방적일 것 같았던 판다와 캥거루의 대결이 의외로 길어지고 있는 건데요.

딱히 우리가 덕 볼 일은 없어 보이고, 불똥 튈 일 없을지 눈치를 잘 살펴야겠습니다. 외교란 그런 거니까요. 프랑스 꼴 안 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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