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소문 포럼

대장동, 그들만의 리그

중앙일보

입력 2021.10.0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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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염태정 경제에디터

염태정 경제에디터

부동산은 입지다. 기본은 생활시설·교육여건·교통이다. 여기에 발전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사람이 몰리고 집값이 오른다. 판교는 근래 개발된 신도시 가운데 이런 요건을 고루 갖춘 드문 곳이다. 2000년대 들어 개발이 시작됐지만 이미 1990년대부터 부동산 업계가 눈독을 들인 곳이다. 강남과 분당 중간인 데다 금토산·운중천을 비롯해 자연환경도 좋다. 90년대 후반 부동산을 담당할 때 업계 사람들과 판교를 두고 여러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판교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동판교·서판교로 나뉘어 개발됐는데 이후 판교의 후광을 기대하고 만들어진 명칭이 남판교(판교 남쪽)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이 대표적이다. 대장동이 어딘가 싶다가도 남판교라고 하면 괜찮은 지역 같은 느낌을 준다.

검찰과 경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에 나섰다. 의혹은 방대하다.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백~수천억원의 막대한 수익, 그런 수익을 만들어낸 사업·배당 구조,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의 내정 여부 등 하나하나가 복잡하고 폭발력이 강하다. 검경이 수사에 나섰으니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분노·허탈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유력 인사들 서로 형님·아우 사이
50억 퇴직금에 아파트 7억 차익
금수저·흙수저, 아빠 찬스 되풀이
철저한 수사로 부당이익 환수를

대장동 개발 의혹은 금수저·흙수저, 부모 찬스 논란을 떠오르게 한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의 대리급 아들이 화천대유를 그만두면서 50억원(실수령 28억원)을 받았다는 것은 아무리 성과급·산재보상 등이 포함됐다 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아버지 소개로 화천대유에 들어갔다는데 곽 의원이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부모 찬스를 공격했던 인물 아닌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어떤가.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그의 딸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7억원 넘은 시세 차익을 얻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유력 인사의 아들·딸이 화천대유란 회사에서 일한 건 그저 우연인가.

경기도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현장. 판교 신도시 남쪽에 있어 남판교라 불린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현장. 판교 신도시 남쪽에 있어 남판교라 불린다. [연합뉴스]

많은 이들이 조국 사태 때 분노와 좌절을 느꼈다. 금수저의 삶과 비교되는 흙수저의 무기력이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카투사 복무 당시 휴가 논란 때도 비슷했다. 미국의 철학자 매튜 스튜어트는 『부당세습』에서 미국 사회에선 부모가 결정되는 순간에 인생 게임의 절반이 끝나버린다고 했는데, 최근 벌어지는 일을 보면 한국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대장동 개발 의혹엔 쟁쟁한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곽 의원, 박 특검 외에도 권순일 전 대법관, 이경재 변호사,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등이 고문·자문으로 거명된다.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는 “좋아하던 형님들이고 정신적, 심리적으로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다. 대가성은 없었다”고 했는데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 “5500억원 넘는 이익을 환수했다”고 강조하며 민간의 수익 배분은 알 수 없었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말 역시 이해 안 된다.

고위험이라 고수익을 냈다고 한다. 어느 사업이든 위험은 있는 거고, 부동산 경기도 영향을 미치긴 했을 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큰돈이 될 걸 알고 있었으니 여러 사람이 달려들었을 거다. 기본적으로 판교 남쪽이란 괜찮은 입지에 인허가는 관청이 해결해주는 사업이다.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2015.2.4)을 보면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저희들은 무(無)리스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성남시의 리스크를 말하는 것으로 이 발언만으론 사업 전체의 위험성은 알긴 어렵다. 하지만 뒤이은 “B/C(비용대비편익)라든가 또는 내부수익률이라든가 또는 사업의 적정성, 타당성 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전부 다 괜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잖아요”라는 시의원의 발언을 보면 전체적으로 사업성이 괜찮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장동 개발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고 막대한 수익을 냈으며 앞으로도 낼 것이라 한다.

늦었지만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부당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장치와 사회 투명도를 높이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올해 초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한국은 180개국 가운데 33위로 역대 최고라지만 점수는 100점 만점에 61점으로 낙제수준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있을 수 있으나 형님·아우로 뭉쳐서 남들이 모르는 정보와 권력을 이용해 돈을 번다면 그건 고위험을 빙자한 범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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