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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막말로 본질 뒤덮는 여야의 대장동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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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이준석, 서로 도 넘은 인신공격    

무책임한 책임 전가 접고 의혹 해명해야

정치권에 때아닌 사자성어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29일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봉고파직(封庫罷職)하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남극 섬에 위리안치(圍籬安置)시키겠다”며 야당 지도부를 비난했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는 “이 지사의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 놓겠다”고 반격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자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막말마저 서슴지 않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지켜보는 국민만 참담할 뿐이다.

이재명 지사는 “대장동 개발에서 사익을 챙긴 건 1원도 없다”며 “이 사건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이 5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곽상도 의원 등 국민의힘 계열 인사들과 화천대유의 유착이 대장동 사태의 핵심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사태의 전모를 신속히 밝힐 수 있는 특검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가 본인이었다고 공개 발언까지 한 마당에 특검을 회피하고 모든 걸 야당 탓으로 돌리며 막말을 퍼붓는 건 본질을 흐리는 태도다.

이 지사의 심복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도 대장동 개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등 이 지사 측근들의 연루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지사는 막말로 상대방을 공격하기에 앞서 이런 의혹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부터 하는 게 순리다.

대장동 사태의 몸통을 이 지사로 몰아붙이는 국민의힘도 문제가 많다. 대통령 가족 저격수였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국민의 공분을 산 데 이어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부친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누나에게 집을 판 사실도 드러났다. 윤 후보는 부친의 주택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고, 매입자가 김씨 누나란 사실을 몰랐다고 했지만 김씨와 윤 후보가 과거 법조 기자와 검사로 맺은 친분을 고려하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30대 청년 대표가 이끄는 제1 야당이 “찢어 놓겠다” “감방에 보내겠다” 같은 거친 말로 이 지사를 공격하는 것도 실망스럽다.

이 지사와 국민의힘은 무책임한 막말 공방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수사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며 자신들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해명하기 바란다. 검찰도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로 이 사건에 쏠린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어제 “여야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엄정히 처리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총장의 첫 입장이 2주 만에 나오는 바람에 내키지 않는 수사를 떠밀려 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고, 실제로 검찰 압수수색 당시 유동규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도 찾지 못할 정도로 수사가 엉성해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