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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미사일 도발 이틀 뒤 “10월초 일단 통신선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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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일방적인 단절로 가동이 중단된 남북 통신선을 10월 초에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30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전날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14기 5차 회의(정기국회 격) 시정 연설에서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7월 27일 413일 만에 남북통신선을 연결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연설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는 50여 일 동안 중단된 남북 통신선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시정 연설은 2019년 4월 이후 2년 5개월여 만이다. 특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 직책을 보유하지 않은 그가 이틀째 회의에 나서 시정 연설을 한 건 대외 메시지 발신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국방과 경제·방역 등 정책 전 분야에 걸쳐 1만2206자 분량(북한 매체 보도 기준)을 언급했다. 이 중 19.5%에 해당하는 2306자를 남북 관계 및 한반도 정세에 할애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의 연설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남북 관계 복원, 특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복원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조건부임을 명확히 한 데다, 30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지난달 28일)와 관련해 논의하는 만큼 여전히 한반도 상황은 유동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조선을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위기의식·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 증강, 동맹 군사 활동을 벌이며 조선반도 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 사이에 더욱 복잡한 충돌 위험들을 야기시키고 있는 데 대하여 주시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북한은 이날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 70%가량을 교체하는 인사를 했다. 이번 인사에서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국무위원에서 제외하고 김여정 당 부부장을 보선했다. 이는 대남·대미 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김 부부장의 전면 등장을 예고한 것일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지난달 29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한국과 관계 개선을 유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그에 따른 비용이 북한이 얻는 가치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지금이 저강도 미사일 발사 시험과 유화 제스처를 섞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이런 기조가 내년 3월 한국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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