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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은 브레인이자 아킬레스건”…주목받는 회계사의 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로비와 특혜가 있었다는 증거가 검찰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는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이 자료는 천화동인 측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주요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녹취와 사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폭로를 한 인물이 대장동 개발의 핵심 중 한 명인 천화동인 5호의 대주주이자 회계사인 정영학씨여서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정씨는 과거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에 특화된 회계 전문가로 주가를 올렸다. 대장동 사업에서는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했으며 그 역시 천화동인 5호를 소유해 600억원대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금 흐름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그가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자료를 만들었다면 누구라도 혐의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정씨는 자료를 제출함과 동시에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가장 먼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성남의뜰’ 지분 및 배당금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남시 대장동 개발 ‘성남의뜰’ 지분 및 배당금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09년부터 남욱과 한 팀

정씨는 천화동인 4호를 소유해 1000억 원대 배당을 받은 남욱 변호사와 대장동 개발의 ‘핵심 중의 핵심’이기도 한다. 2009년쯤 부동산개발회사 씨세븐은 대장동 땅을 집중적으로 매매했는데, 남 변호사와 정씨가 자문단에 있었다고 한다. 이들을 기억하는 대장동 원주민 이모(63)씨는 “2009년부터 대장동에서 씨세븐 소속으로 활동하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를 봤다. 두 사람은 사실상 한팀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10여 년 전 한 부동산 전문 매체에 “다각도로 사업을 검토하며 사업의 전체 구도를 기획하는 것을 좋아한다. 개발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진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씨세븐은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의 전신격으로 남 변호사는 당시 이 회사 대표로서 자금 조달과 지주 작업(땅 수용)을 맡았다. 정 회계사는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자산관리회사인 판교AMC의 사내이사와 대표를 연이어 맡았다.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와 판교AMC의 관계는 현재의 성남의뜰과 화천대유의 관계와 유사하다. 이씨는 “2009년 민간 개발 경험이 있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2015년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 때 화천대유를 타고 다시 흘러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브레인’이자 아킬레스건…“입 열면 파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경기연구원 자료에 나오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대장동 사업 관련 조직표. 기획본부 산하에 전략사업실이 있다. 사진 경기연구원

경기연구원 자료에 나오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대장동 사업 관련 조직표. 기획본부 산하에 전략사업실이 있다. 사진 경기연구원

정씨가 ‘브레인’으로 불리기 때문에 검찰 수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는 “화천대유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관계자는 “정 회계사는 자금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제출했다는 녹취록 등은 (정치권 등에) 파문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요직에는 정씨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일한 적 있는 A씨가 근무하기도 했다. 복수의 공사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A씨는 정씨의 추천으로 공사에 입사했으며, 유동규 전 본부장 직속으로 대장동 개발 공모지침서를 만드는 역할 등에 참여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모 변호사(투자사업팀장)와 함께 대장동 사업의 실무적인 작업을 주도한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A씨는 “정 회계사와 과거에 같은 회계법인에 있던 것은 맞지만, 해당 법인 퇴사 후 정 회계사를 만나거나 연락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를 압수수색 했으니 조만간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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