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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에 맥주 배달 가능해졌다"…수제맥주 주조 뛰어든 치킨집

중앙일보

입력

제너시스BBQ 자체 수제맥주인 'BBQ 비어'. [사진 제너시스BBQ]

제너시스BBQ 자체 수제맥주인 'BBQ 비어'. [사진 제너시스BBQ]

직장인인 박모(41)씨는 요즘 9세 아들과 함께 먹는 ‘치맥’(치킨+맥주) 재미에 푹 빠져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가 잦아지고 회식이 사라지면서 새로 찾은 재미다. 일과를 마치고 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킨 후 나란히 앉아 박씨는 맥주, 아들은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박씨는 “이전에는 치킨 배달을 시킨 후 맥주를 사러 편의점이나 마트를 가야 해서 귀찮았는데 요즘은 같이 배달이 되니 치맥을 더 자주 먹게 된다”고 말했다.

치킨업계가 치맥 수요를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다양한 맛의 치킨 조리법 개발에 그치지 않고 아예 수제 맥주 시장까지 뛰어들었다. 제너시스BBQ는 이달 국내 수제맥주업계 1위 업체인 제주맥주와 협업해서 만든 수제맥주인 ‘치얼스’를 출시했다.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치얼스는 4.1도 에일 맥주로, 치킨의 기름진 맛 잡을 수 있는 산뜻함을 강조했다”며 “제주맥주와 2년간 협업해서 만든 치맥 특화 맥주”라고 설명했다.

수제 맥주 공장도 짓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양조공장이 연말 완공하면 연간 440만ℓ의 수제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공장에선 소규모 맥주 공장을 보유한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손을 잡고 만든 ‘BBQ 비어’ 6종을 만든다. BBQ 헬레스, BBQ 바이젠, BBQ 둔켈, BBQ IPA, BBQ GPA, BBQ 필스너 등이다.

제너시스BBQ의 수제맥주 브랜드인 '치얼스'. [사진 제너시스BBQ]

제너시스BBQ의 수제맥주 브랜드인 '치얼스'. [사진 제너시스BBQ]

교촌F&B도 치맥에 적합한 수제맥주를 한창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120억원을 들여 수제맥주업체인 인덜지의 수제맥주 브랜드인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했다. 지난달엔 강원도 고성에 문베어브루잉 수제 맥주 공장 문을 열고 문베어브루잉이 판매하고 있던 금강산 골든에일, 백두산IPA의 맛을 개선해서 판매하고 있다. BHC도 공장 부지 등 수제 맥주 사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치킨 업체가 수제 맥주에 공을 들이는 데는 사그라지지 않는 치맥 열풍이 영향을 미친다. 치킨을 팔 때 맥주를 함께 판매하면 시너지 효과가 커서다. 치킨 업계 관계자는 “주 메뉴인 치킨 외에 사이드 메뉴 매출도 꽤 쏠쏠하다”며 “치킨 한 마리당 맥주 한잔만 팔아도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치킨과 술을 함께 팔 수 있게 바뀐 주세법 개정이 수제 맥주 시장 진출 문을 활짝 열었다. 기획재정부·국세청은 2019년 7월 주세법 기본통칙을 개정, 음식 배달 주문 시 주류도 함께 판매할 수 있도록 바꿨다.

교촌F&B가 인수한 문베어브루잉의 금강산 골든에일, 백두산IPA. [사진 교촌F&B]

교촌F&B가 인수한 문베어브루잉의 금강산 골든에일, 백두산IPA. [사진 교촌F&B]

수제 맥주 시장 자체도 커지고 있는 것도 이유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산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7년 433억원에서 지난해 1180억원으로 늘어 3년 만에 3배 가까이 커졌다. 업계에선 2023년까지 3700억원으로 덩치가 커질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홈술’이나 ‘혼술’이 늘면서 가격이 비싸도 맛있는 맥주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논란도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각 점포에 본사 자체 수제맥주 판매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 있어서다. 수제맥주 판매를 위한 주류 보관통 같은 설비 비용 부담도 점주의 몫이다. 익명을 요구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그간 주류는 점주가 알아서 원하는 주류업체와 계약하고 판매하는 독자적인 부분이었는데 본사에서 주류까지 컨트롤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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