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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속 인물 '대선' 언급"···'정영학 파일'로 반전 노리는 野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른바 ‘정영학 녹취파일’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 회계사는 지난 2년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 등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뒤, 27일 검찰 조사 때 파일을 제출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에서는 정 회계사의 폭로가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천문학적 이익금의 흐름을 드러낼지 주시하고 있다. 다만 “정 회계사 주장의 신빙성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한 기류도 있다.

“성남시 인사에 자금 흘러간 정황 담겨”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장진영 기자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장진영 기자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계사의 폭로 자료는 녹음 파일과 돈다발 등을 촬영한 사진 파일,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라고 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재명’이라는 이름 석자가 녹취 파일에 등장하진 않는 거로 안다”며 “다만 녹취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선’을 언급하는 대목이 있고,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에게 특정 액수의 자금이 흘러간 정황도 담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녹취 파일에) 당시 성남시 인사 등의 실명도 거론된 거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 문제로 온종일 들썩였다. “정 회계사가 변호사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고 알려진 검찰 진술서를 두곤 당내 의견이 엇갈렸다. 이 진술서에 금품 로비를 시인하는 내용이 담겼고, 이게 여권 인사와 연결될 거란 시각도 있지만 “정 회계사가 본인이 주범이 아니라는 취지로 작성한 문건인 만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당 관계자) 신중론도 나왔다. 이날 정치권에선 ‘정영학 리스트’라는 제목의 지라시도 돌았다. 실제 정 회계사가 작성한 명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법조계 고위 인사 등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정국 반전 계기” “냉정 유지해야”

검찰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장진영 기자

검찰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일각에선 정 회계사의 폭로가 정국 반전의 계기가 될 거란 기대감도 나왔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 ‘이재명 게이트’라고 공세를 폈는데,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50억 퇴직금’ 논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이 김만배 회장 누나와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지사 측이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을 폈다. 국민의힘 대장동 TF 관계자는 “(정 회계사 녹취 파일로 인해) 야권 논란은 빙산의 일각일 뿐 의혹의 핵심은 이 지사가 설계한 대장동 개발사업이라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녹취 파일의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야권 인사 연루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이에 대해 “당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컴컴한 해저 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라고 했고, 당 핵심관계자는 “현재까지 녹취 파일 관련자 중 국민의힘 의원급은 없는 거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준석 “이 지사 가면 찢고 나니 변학도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판교대장동게이트 특검법 수용 촉구 긴급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판교대장동게이트 특검법 수용 촉구 긴급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은 이날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사람이야말로 범인”이라며 “이 지사의 가면을 확 찢고 나니 (춘향전) 변학도가 보인다”고 공격했다. 이어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하다가 개발역사상 최대 비리로 기록되려고 하니 발뺌하는 거냐”고 이 지사를 몰아세웠다. 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도 “친정권 검사들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특검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대장동 의혹 관련자들을 국정감사장에 세워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증인과 참고인 채택 거부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여당이 ‘이재명 방탄 국감’을 고집하면 부패 집단 비호 세력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국토위에 18명, 법사위 17명, 행안위에 30명을 채택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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