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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리니지스타일'로 시총 6조 날린 엔씨, 재기도 리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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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오는 11월 4일 런칭한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오는 11월 4일 런칭한다. [사진 엔씨소프트]

TJ는 위기의 엔씨소프트를 구할 수 있을까. 과도한 수익 추구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데 이어, 신작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낸 엔씨는 한달 여 사이 시가총액 6조원을 날렸다. TJ로 불리는 김택진 대표의 위기탈출 전략은 ‘변화’다.

무슨 일이야

엔씨소프트는 30일 ‘리니지W 2차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었다. 오는 11월 4일 출시할 ‘리니지W’에 대해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다. 엔씨는 2주간 홈페이지에서 리니지W에 대한 이용자 질문도 접수했다. 이 그룹장은 리니지M·리니지2M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엔씨 신화’를 만든 주역. 이날 그는 “초창기 리니지 느낌 그대로, 모든 이용자에게 성장·득템의 재미를 돌려주고자 한다”며 “24년전 리니지가 처음 나왔던 그 모습, 즉 ‘리니지 근본’으로 회귀하겠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지난달 24일 18조 5950억원에서 지난 29일 12조 6016억원으로 한 달새 5조9934억원이 줄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 지난 8월 26일 엔씨는 신작 ‘블레이드 앤 소울 2’(이하 블소2)를 출시했다. 엔씨의 핵심 지식재산(IP)을 활용한 게임으로 하반기 최대 기대주로 꼽혔다. 그러나 데뷔 성적표는 구글플레이 매출 11위(출시 2일차 발표 기준)에 그쳤다. 리니지M·리니지2M이 출시 직후 1위를 찍고 장기간 1, 2위를 독점했던 데 비해 부진한 출발이었다.
● 블소2의 뜻밖의 부진은 엔씨 게임에 대한 반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이용자가 계속 돈을 쓰게 유도하는 ‘리니지 스타일’ 확률형 아이템 과금 구조를 블소2가 상당 부분 차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엔씨가 이용자 불만을 빠르게 반영하면서 블소2 매출 순위를 3위(9월 30일 기준)까지 끌어올리긴 했지만, 엔씨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 의구심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는 30일 리니지W 쇼케이스 'ANSWER″를 열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만든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30일 리니지W 쇼케이스 'ANSWER″를 열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만든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 어떻게 변하는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7일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엔씨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리니지W는 김 대표가 선언한 변화의 첫 사례.

① 확률형 아이템 축소 : 과거 PC게임 시절 리니지는 국민 게임이었다. 하지만 리니지M·리니지2M 등 모바일 게임으로 나오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재미의 핵심 요소로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돈 쓸 준비된 사람,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됐다.
‘아힌하사드의 축복’은 그런 리니지의 대표적인 과금 시스템. 월 3만~5만원을 내면 아이템 획득 확률이 높아지고 경험치도 빨리 쌓인다. 돈을 안 내도 게임은 할 수 있지만, 이용자끼리 경쟁하는 게임에서 남들 다 가진 아이템을 사지 않으면 말 그대로 ‘게임이 안 된다'. 그런데 엔씨는 리니지W에서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성구 그룹장은 “단언컨대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아힌하사드의 축복과 유사한 시스템을 내놓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리니지W에 확률형 아이템이 아예 빠지는 것은 아니다. 게임 캐릭터의 외형을 바꾸거나(변신),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마법 인형) 등엔 적용한다. 다만 돈 내지 않고도 게임 과정에서 그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엔씨는 또 기존 리니지M과 리니지2M에도 ‘아인하사드 시스템’을 개편해 돈을 안 내도 관련 아이템을 구할 수 있게 변경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능력치 관련 과금 요소는 줄이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본연의 즐거움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빅4 게임사 매출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빅4 게임사 매출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② 내수용 탈피, 글로벌 승부 : 엔씨는 리니지W를 한국·대만·일본·러시아·동남아 등 총 13개국에 동시 출시하기로 했다. 향후 북미, 유럽, 남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서 먼저 출시하고 추후 해외로 내보낸 전작과는 다른 행보다. 사실 리니지 지식재산(IP)은 국내 대표 IP지만 해외에선 큰 힘을 쓰진 못했다. 지난해 엔씨 매출 중 해외 비중이 17%에 그친 이유. 넥슨(44%), 넷마블(72%), 크래프톤(90%) 등 경쟁사에 비해 글로벌 실적이 크게 떨어진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에겐 미개척지인 글로벌에서 시장 저변을 넓혀 과금요소를 빼 줄어든 수익을 보충하려는 시도”라며 “해외에선 지나친 과금 모델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점도 이번 개편에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소통하겠다” : 이번 쇼케이스는 지난 8월 리니지W를 처음 공개한 후 한 달 반 만에 열렸다. 특히 이용자 사전 질문을 받아 답하는 형태는 엔씨로선 처음해보는 시도. 상반기 엔씨 불매 운동이 벌어져도 별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앞으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시그널이다. 이성구 그룹장도 쇼케이스에서 “소통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앞으로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오는 11월 4일 런칭한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오는 11월 4일 런칭한다. [사진 엔씨소프트]

●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엔씨 주가는 30일 5.05% 오른 60만 3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3일 50만원대로 떨어진 지 17일 만에 다시 60만 원 선을 회복했다. 시가총액도 12조 6016억원에서 13조 2382억원으로 늘었다. 리니지W 글로벌 사전 예약자도 이날 1000만명을 넘겼다.
●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돈을 내면 이기는 페이 투 윈’(pay to win) 모델에서, 게임 잘하면 이기는 ‘플레이 투 윈’(play to win)으로 노선을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라며 “엔씨 주가가 추세적으로 계속 오를지는 게임 출시 이후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