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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보분석관 "北, 南과 관계개선 안 원해…가성비 안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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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 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 정보분석관.

미국 정보기관 소속 북한 정보분석관이 29일(현지시간) 북한은 한국과 지속적인 관계 개선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r같은날 있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 내용이 알려지기 약 6시간 전에 워싱턴 싱크탱크 행사에서 한 말이지만,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들뜨지 말자는 워싱턴 기류와는 일맥상통한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 정보분석관은 이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한국과 관계 개선을 유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일러 분석관은 "남북 관계의 역사에서 지속적인 긴장 완화로 이어진 기간은 없었다"면서 "남북 비핵화 선언을 포함해 역사적 합의를 끌어낸 1990년대 초반 고위급 회담이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든 시간이 지나면 이전 상태(status quo ante)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정한 남북 관계 개선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이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그에 따른 비용이 북한이 얻는 가치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의 문화적·정치적 영향이 스며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다.

사일러 분석관은 북한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다음 (미사일) 발사가 언제인지, 다음 회담이 언제인지 같은 교묘한 책략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장기적 전략의 함의에 모든 사람의 눈과 마음과 머리가 집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계책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일러 분석관은 "김정은은 자신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한미 동맹을 갈라놓을 수 있다고 오판하고 믿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 불가에 합의하고 북한에 전략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일러는 "그 반대(국제사회 공감대 미형성)가 되면 솔직히 위험한데, 김정은이 단순히 핵무기 보유를 넘어 장기적인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토록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CSIS 화상 대담에 참석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시드니 사일러 DNI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정보분석관,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CSIS 화상 대담에 참석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시드니 사일러 DNI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정보분석관,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일러 분석관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는 배경을 4D로 설명했다. 미사일을 개발(Development)하고, 이를 선전하며(Demonstration), 외교 도구로 삼고(Diplomacy), 국내 정치(Domestic)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담 참석자들은 최근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시험과 대화 재개 용의 메시지가 섞여 나오는 것은 한국 대선을 앞두고 한미 동맹을 시험대 위에 올리면서 미국의 레드라인이 어디까지인가 시험하려는 의도라고 봤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지금이 저강도 미사일 발사 시험과 유화 메시지를 교차로 내보내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내년 3월 한국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목적은 한미 동맹에 균열은 있는지 확인하고, 임기 말에 마음 급한 문 대통령이 나서서 워싱턴을 압박하도록 압박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어쩌면 북한은 (한미) 동맹 사이에 정말로 쐐기를 박기 위해 한국과 평화체제 구상을 추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인들은 종전선언을 주장하는데, 미국은 큰 관심이 없다"고 짚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아무리 문 대통령이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다고 해도 워싱턴이 개입하기 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제재를 위반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북한을 지원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는 걸 김정은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교착상태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무부는 이날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혔다. 김 위원장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한 데 대한 반박이다.

김 위원장은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며 대화 재개를 위한 선결 조건을 제시했으나, 미국은 전제조건을 달지 말 것을 요구하며 입장차를 보였다.

국무부 대변인은 여전히 북한과 조정되고 실용적인 외교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응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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