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처럼 1000명 우르르…경찰 예상 깬 민주노총 기습집회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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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1000명 2시간 동안 200m 점거

30일 오후 2시20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SPC삼립 청주공장 앞 도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승합차 30여 대와 버스가 일렬로 늘어서 차로를 점거하더니, 맞은편 인도에서 노조원 1000여 명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본 경찰 기동대가 황급히 달려가 차로 진입을 막았지만, 노조원들은 4차선 도로 2개를 확보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200m 행렬 뒤에는 승합차를 불법 주차했다. 이들은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거부한 SPC 측을 규탄했다. ‘합의이행. 노조파괴 중단’이라고 쓴 팻말을 흔들거나, 마이크를 잡은 발언자를 응원했다.

경찰이 “현 집회는 감염병예방법과 집회시위법을 위반한 불법 집회”라고 경고방송을 5차례 이상 했으나 소용없었다. 화물연대는 2시간 동안 결의대회를 연 뒤 경찰의 해산 요구에 응하며 차로에서 물러났다.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SPC삼립 청주공장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1000여명이 참석했다. [뉴스1]

집합금지 명령에도 집회→해산→재집결 반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 1000여 명이 청주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 23일부터 SPC삼립 청주공장 일원에서 집회를 시작한 200~300명의 노조원은 집회와 해산, 재집결을 반복했다. 세종시 집회가 강제 해산 등으로 어려워지자 결의대회를 청주에서 연 것이다.

청주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3일과 26일에 화물연대를 상대로 흥덕구 전역에 집회 금지를, 28일에 청주시 전역에 1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이날 집회 신고 없이 1000여 명이 몰린 화물연대의 청주 집회는 불법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오전 6시부터 SPC삼립 청주공장 주변에 기동대 21개 중대 1470명과 현장 검거팀 60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공장 주변 9곳에 목 검문소를 설치, 외부인 합류를 차단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수도권, 충청, 전북, 대구·경북 지역 화물연대 조합원이 차를 타고 SPC삼립 청주공장으로 올 것으로 예측돼서다.

30일 오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충북 청주시 SPC삼립 청주공장 앞 도로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경찰, 진입로 차단…장소 변경해 집결

경찰은 노조원 공장 진입을 막기 위해 오전에 8차선 도로변에 차벽을 세우고, 화물연대 측 차량을 걷어냈다. 이 과정에서 한 조합원이 “경찰은 SPC 자본에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근로자를 막고 있다”며 “SPC 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집회를 방해하지 말라”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당초 오후 2시쯤 SPC삼립 공장 앞에 집결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맞은편 도로에서 나왔다. 경찰이 공장 진입로 등 주요 길목을 차단하면서 집회 장소를 변경한 것이다. 한 조합원은 “인근 공장 건물 등에서 흩어져 있다가 집회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주민 최모(42)씨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겨가면서까지 대규모 집회를 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주 도심 5곳에서 ‘10·20 총파업 성사를 위한 동시다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려던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집회를 취소하고 기자회견으로 대체했다. 이들은 애초 충북도청 정문과 상당공원, 청주시청, 청주체육관, 민주당 충북도당 앞에서 집회한 뒤 거리행진을 하려고 했다. 충북지역본부는 “코로나19 우려로 동시다발 집회를 기자회견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