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탈락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축구장 7개 크기의 임대주택 부지(A11블록) 제공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지의 가치는 당시 화천대유가 민간에 판 땅값을 고려하면 최대 2800억원에 달한다.
임대부지냐, 배당금 1822억원이냐
30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컨소시엄의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 사업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메리츠 측은 ▶1공단(성남시 신흥동) 공원 조성비 2561억원 부담 ▶대장동 A11블록 임대주택용지 4만7806㎡ 제공 ▶서판교 연결 터널 공사를 약속했다. 2015년 2~3월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엔 성남의뜰(하나은행·화천대유 등), 메리츠, 산업은행 등 3개 컨소시엄이 응모했다.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공모 접수 마감 다음 날인 3월 27일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하는 '성남시가 환수한 개발 이익 5503억원'은 ▶1공단 공원 조성비 2761억원 ▶대장지구 북측 서판교 연결 터널 공사비 920억원 ▶배당금 1822억원 등으로 이뤄졌다. 메리츠 컨소시엄과의 차이는 결국 임대부지, 배당금 중 뭘 받느냐다.
화천대유가 확보한 대장동 부지를 민간에 팔 때 가격은 3.3㎡(1평)당 1700만~1900만원대였다. 특히 2017년 5월 민간에 일괄매각한 공동주택(아파트) 85㎡ 초과 용지 3·4·6번 등 3개 구역 낙찰가는 3.3㎡당 1936만원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메리츠 컨소시엄이 제시한 임대부지 가치는 성남의뜰 측 배당금(1822억원) 액수를 뛰어넘는 2400억~2800억원 정도다. 미래 가치를 제대로 따졌다면 메리츠 측 조건이 더 낫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장동 개발 의혹' 중 사업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 우선협상대상자가 심사 하루 만에 선정된 데다, 그 과정에서 자산관리회사를 사업 구성원으로 동반해 가산점(20점)을 받은 곳이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뿐이라 이전부터 논란거리였다.
다만 메리츠 측과 사업 조건만 비교해볼 땐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게 큰 무리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원한 시행사 관계자는 "2015년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나중에 임대부지를 팔 때 좋은 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메리츠 컨소시엄이 당시 추정한 A11블록 땅값은 1502억원 정도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재명 경기지사 판교 대장동게이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국정감사 증인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 특위는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희곤, 박수영, 윤재옥, 윤창현 의원 4명으로 구성됐다. 증인 신청 명단에는 3개 컨소시엄 실무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