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억 임대부지 약속했는데…메리츠 대신 화천대유 택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30 16:38

업데이트 2021.09.30 17:20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탈락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축구장 7개 크기의 임대주택 부지(A11블록) 제공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지의 가치는 당시 화천대유가 민간에 판 땅값을 고려하면 최대 28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지난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임대부지냐, 배당금 1822억원이냐

30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컨소시엄의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 사업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메리츠 측은 ▶1공단(성남시 신흥동) 공원 조성비 2561억원 부담 ▶대장동 A11블록 임대주택용지 4만7806㎡ 제공 ▶서판교 연결 터널 공사를 약속했다. 2015년 2~3월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엔 성남의뜰(하나은행·화천대유 등), 메리츠, 산업은행 등 3개 컨소시엄이 응모했다.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공모 접수 마감 다음 날인 3월 27일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하는 '성남시가 환수한 개발 이익 5503억원'은 ▶1공단 공원 조성비 2761억원 ▶대장지구 북측 서판교 연결 터널 공사비 920억원 ▶배당금 1822억원 등으로 이뤄졌다. 메리츠 컨소시엄과의 차이는 결국 임대부지, 배당금 중 뭘 받느냐다.

화천대유가 확보한 대장동 부지를 민간에 팔 때 가격은 3.3㎡(1평)당 1700만~1900만원대였다. 특히 2017년 5월 민간에 일괄매각한 공동주택(아파트) 85㎡ 초과 용지 3·4·6번 등 3개 구역 낙찰가는 3.3㎡당 1936만원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메리츠 컨소시엄이 제시한 임대부지 가치는 성남의뜰 측 배당금(1822억원) 액수를 뛰어넘는 2400억~2800억원 정도다. 미래 가치를 제대로 따졌다면 메리츠 측 조건이 더 낫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장동 개발 의혹' 중 사업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 우선협상대상자가 심사 하루 만에 선정된 데다, 그 과정에서 자산관리회사를 사업 구성원으로 동반해 가산점(20점)을 받은 곳이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뿐이라 이전부터 논란거리였다.

다만 메리츠 측과 사업 조건만 비교해볼 땐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게 큰 무리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원한 시행사 관계자는 "2015년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나중에 임대부지를 팔 때 좋은 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메리츠 컨소시엄이 당시 추정한 A11블록 땅값은 1502억원 정도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재명 경기지사 판교 대장동게이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국정감사 증인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 특위는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희곤, 박수영, 윤재옥, 윤창현 의원 4명으로 구성됐다. 증인 신청 명단에는 3개 컨소시엄 실무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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