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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비 줄어드는데…마트에 없어서 못파는 '생크림 역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30일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마트. 텅 빈 생크림 매대 한 켠에 ‘제품 입고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작은 푯말이 붙어있다. 생크림은 우유로 탈지분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지방분으로 만든다. 우유를 탈지분유로 만들면 1년 가까이 보관할 수 있다. 생크림은 주로 제과ㆍ제빵 등에 쓰인다. 사정은 온라인 쇼핑몰도 비슷했다. 제품별로 생크림이 제때 입고되지 않아 주문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한 온라인 쇼핑몰 화면. 일부 생크림 제품 재고가 동이 난 상황이다. [인터넷 캡처]

국내 한 온라인 쇼핑몰 화면. 일부 생크림 제품 재고가 동이 난 상황이다. [인터넷 캡처]

생크림 생산량이 소비량의 절반도 안돼 

우유를 원료로 만드는 생크림이 ‘귀하신 몸’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데 공급은 제때 이뤄지지 않아서다. 30일 우유(乳)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쯤 처음 시작된 생크림 수급 불균형 현상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생산량 감소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주요 생크림 생산기업의 현재 생산량은 지난 5월 대비 50~60%가량 줄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크림 생산량은 2097t에 그쳤지만, 크림 소비량은 4612t에 달했다. 7월 생산량은 2891t, 소비량은 7077t였다. 생산량이 소비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족한 부분은 수입산 크림으로 메우고 있다.

생크림 생산량이 소비량을 크게 밑도는 이유는 올여름 극심한 폭염으로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 크다. 당장 마실 우유도 빠듯하니 유 업체들은 구태여 우유를 탈지분유로 만들지 않는다. 여기에 장기간 이어져 온 우유 소비량 감소세는 생크림 품귀 현상을 부채질해 왔다.

유 업체들은 농가로부터 사들인 우유를 제때 팔지 못하다 보니, 이를 대거 탈지분유로 만들어 비축해왔다. 그래서 국내 탈지분유 재고량은 1만~1만1000t 사이를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재고가 이미 쌓여있으니 새로 탈지분유를 만들 이유도 적다. 우리나라 올해 1분기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줄어든 51만t이었다. 2분기 역시 2.2% 줄어든 53만t을 기록했다. 올해 3~4분기에도 이런 원유 생산량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크림 생산&소비량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크림 생산&소비량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우유 소비 주는데 생크림 소비는 늘어  

반대로 생크림 수요는 크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홈 베이킹을 즐기는 가정이 늘면서 생크림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로제파스타나 로제떡볶이처럼 생크림을 활용한 메뉴들이 인기를 끈 점도 한몫했다. 실제로 국내 한 대형마트의 올 1월~5월 생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수급이 여의치 않았던 8월부터 이달 말까지 생크림 매출은 전년보다 35%가 줄었다.

익명을 원한 유업체 관계자는 “우유는 그 속성상 장기보관이 어렵고 소비도 조금씩 줄어들다 보니 업체마다 낙농가로부터 거둬들이는 원유량 자체를 조금씩 줄여가는 분위기”라며 “공급 측면에서는 앞으로도 생크림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수요는 크게 늘어 생크림 부족 현상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윳값 인상과 동시에 생크림값도 오를 듯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형마트나 제빵기업들은 생크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는 점포에 따라 생크림이 동이 나는 상황을 피하기 힘들 정도다. 생크림 대신 비슷한 휘핑크림 등으로 소비를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운영 중인 파리크라상 등 제빵기업 등은 연간 구매 계약을 통해 올해 사용할 생크림을 이미 구해놓고 있지만, 내년 이후 상황을 예단하긴 어렵다. 여기에 다음 달 초부터 서울우유 등 유업체들이 줄줄이 우유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생크림 가격 역시 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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