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설 '남북관계'가 20%…10월초 일단 통신선, 다음은?

중앙일보

입력 2021.09.30 13:43

업데이트 2021.09.30 13:5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일방적인 단절로 가동이 중단된 남북 통신선을 10월초에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북한의 국무위원회의 위원에 앉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역할을 맡겼다.

30일 북한 매체들은 전날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14기 5차회의(정기국회 격) 이틀째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투쟁방향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시정연설을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7월 27일 413일만에 남북통신선을 연결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연설내용을 그대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50여일 동안 중단된 남북 통신선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은 2019년 4월 이후 2년 5개월여 만이다. 특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 직책을 보유하지 않은 그가 이틀째 회의에 나서 시정연설을 한 건 대외 메시지 발신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국방과 경제, 방역 등 정책 전 분야에 걸쳐 1만 2206자 분량(북한 매체 보도 기준)을 언급했다. 이중 19.5%에 해당하는 2306자를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에 할애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 한다. 최근 자신의 ‘입’역할을 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두 차례 담화로 입장을 충분히 밝혔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조건을 요구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날 김 위원장의 연설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말 남북관계 복원, 특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복원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단, 김 위원장이 조건부임을 명확히 한 데다, 30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극초음속미사일 발사(28일)와 관련해 논의를 예정한 만큼 여전히 한반도 상황은 유동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을 향해 압박과 전제조건을 명확히 했다.

그는 “우리는 남조선을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위기의식ㆍ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증강, 동맹 군사활동을 벌이며 조선반도 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 사이에 더욱 복잡한 충돌 위험들을 야기시키고 있는 데 대하여 주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자신들은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히면서도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의 상황관리를 주문하며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그가 “10월초 통신선 연결”을 언급하면서도 “일단”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담화 등에서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첨단무기 반입 중단 등을 적대시정책 철회의 사례로 들었다. 무엇보다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를 원하고 있어 한미 및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남북관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의 적대시 정책 및 이중성을 철회하라는 선행 조건을 달았다. 김 위원장은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정상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회담을 하고 “올해 안에 종전선언”에 합의했는데, 이후 공전되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7개월여를 앞두고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당장 종전선언을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최고존엄으로 일컬어지는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내외에 언급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조건부를 달았다는 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도록 한국과 미국이 판을 만들어 달라는 신호이자 이번 기회에 한미연합훈련 등의 중단을 약속받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 70% 가량을 교체하는 인사를 했다. 이번 인사에서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국무위원에서 제외하고 김여정 당 부부장을 보선했다. 이는 대남 및 대미 정책에서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는 김 부부장의 전면등장을 예고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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