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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소ㆍ고발 무단 반려 없앤다…“프로고발러 양산” 우려도

중앙일보

입력

경찰이 다음 달 1일부터 고소·고발장을 ‘반려’ 없이 모두 수리하기로 했다. 담당 경찰관의 무단 반려를 방지하고 민원인의 고소·고발권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개선된 제도를 악용해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접수 이후 반려하려면 서면동의서 받아야 

경찰청은 30일 “민원인의 의사를 고려해 고소·고발장이 처리될 수 있도록 반려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출된 고소·고발장은 모두 접수 절차를 진행하고 ▶접수된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경우 민원인으로부터 서면 동의서를 받아야 하며 ▶재수리 요청 시 즉시 수리한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경찰청 훈령으로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동의를 받아 고소·고발을 반려할 수 있도록 하는 반려제도를 운영해왔다.

경찰청은 “고소·고발 반려 당시에 민원인이 자발적으로 동의했는지가 불분명하고, 사후적으로도 동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있어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개선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에서도 지난 5월 경찰관의 무리한 고소장 반려를 직무 의무 위반으로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상고 기각됐다.

“프로 고발러 몰릴 것” 우려

경찰관 사이에선 “고발만 전문으로 하는 프로 고발러 등이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지된다. 검토해야 할 사건이 늘어나면 수사력도 분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2020년 경찰에서 접수한 전체(1년 평균 약 166만 건) 사건의 기소송치율은 57% 수준이었지만 같은 기간 고소ㆍ고발 사건(1년 평균 약 40여만 건)의 기소송치율은 29%였다.

경찰청은 고소·고발 남용 문제와 관련해 “관련 법률이 논의될 경우 적극 참여해 고소·고발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는 고소·고발을 선별 입건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법적 근거 없이 반려를 시킬 수 없도록 개선을 한 것인데 일선에도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겠다”며 “고소·고발 반려에 대해 법적 근거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마련되면 경찰관들의 업무 역량도 폭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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