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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웹툰' 수출 네이버 허락 받아야?…'상표권 취득' 갑질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지난달 18일 네이버웹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지난달 18일 네이버웹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웹툰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네이버웹툰이 ‘웹툰(webtoon)’이라는 단어로 해외 여러 국가에서 상표권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시장 진출을 대비한 권리 획득이라지만, 일반명사로 널리 사용되는 용어에 대한 상표권을 1위 업체가 선점함으로써 업계 후발주자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네이버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웹툰(WEBTOON)’으로 상표권을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에만 대만·일본·인도네시아 등에서 ‘웹툰’ 단어에 대한 상표권 등록에 성공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네이버웹툰이 웹툰이란 단어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상표권 획득에 나선 이유에 대해 네이버 측은 “외국기업이 자본력을 동원하거나 상표를 선취해 한국 기업이 만들어놓은 시장을 뺏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웹툰이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고 배포하는 만화’라는 의미로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고, 20여 년 전부터 일반명사로 널리 사용된 단어라는 점에서 네이버의 과도한 권리 확보란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다른 업체들이 ‘웹툰’이 들어간 상표 등을 사용하는 게 해당 국가에서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업계 2위 주자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미국·대만·태국 등에서 ‘Kakao Webtoon’에 대한 상표 등록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카카오웹툰 측은 “네이버가 이미 ‘웹툰’에 대한 상표를 등록한 국가에서는 우리의 상표 등록이 거절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럼에도 웹툰이란 용어가 하나의 장르를 대표하는 보통 명사이기 때문에, 상표권으로서 식별력이 없다고 주장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카카오웹툰이 신규발표한 로고(왼쪽)과 글로벌로 진출한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이 신규발표한 로고(왼쪽)과 글로벌로 진출한 네이버웹툰.

중소 업체들의 걱정은 더 크다. 한 중소 웹툰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네이버가 해외 기업에 대한 방어권 차원에서 상표권을 획득했다고 해도, 업계에 설명조차 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해외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 웹툰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네이버 이외 기업들이 해외에서 웹툰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웹툰이 한국 고유의 콘텐트가 아니라, 네이버라는 한 기업의 서비스로만 인식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웹툰산업협회는 네이버가 국내 중소업체들을 상대로는 ‘웹툰’ 관련 상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상생협약’ 체결을 제안했다. 하지만 네이버웹툰 측은 “해외 국가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상표 독점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상생협약 제안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상표권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면, 외국기업을 상대로 방어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단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정 민주당 의원은 “업계가 함께 키워온 ‘웹툰’이란 용어는 어느 한 업체만 사용할 게 아니라, 해외로 나가려는 국내 웹툰 업계 모두가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생협약 체결을 통해 업계가 선의의 경쟁을 펼쳐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다음달 1일 국회 출석이 예정돼 있다. 최근 웹툰 작가들과의 불공정 계약, ‘저작권 갑질’ 문제 등에 대한 질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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