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도망치고 싶었다" 스벅 리유저블컵 대란뒤 직원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2021.09.30 11:34

업데이트 2021.09.30 13:29

28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음료가 다회용컵에 담겨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이날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음료 주문 시 다회용컵에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를 진행했다. 2021.9.28/뉴스1

28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음료가 다회용컵에 담겨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이날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음료 주문 시 다회용컵에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를 진행했다. 2021.9.28/뉴스1

지난 28일 스타벅스가 ‘리유저블 컵(다회용컵) 데이’를 진행해 전국 매장에 한꺼번에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 ‘리유저블 컵 대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스타벅스의 한 직원이 “회사가 현장 매장의 인원 부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이벤트를 개최해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취지로 성토했다.

지난 2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한국은 참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각박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작성자 A씨는 “스타벅스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이벤트가 이어지고, 매주 MD가 출시되고 있다. 그걸 파트너(스타벅스 직원을 이르는 말)들은 다 사전에 준비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해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블라인드' 캡처]

['블라인드' 캡처]

A씨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인원이 연일 이어지는 이벤트와 MD 상품 판매 등을 감당해야 하는 고충이 많다고 토로했다.

A씨는 “회사에선 ‘수퍼바이저(매니저급)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수퍼바이저 감축을 시행했다. 진급 전형을 주기적으로 열었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이어서 TO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매번 뽑지 않았다. 뜻이 있었던 바리스타들은 기약 없는 진급 실패와 생활고에 지쳐 회사를 떠났고, 그 친구들이 떠난 자리를 1인 3역쯤 해가며 감당하던 기존 매니저 이상급은 점점 몸과 마음의 병을 얻어 회사를 떠났다. 그렇게 매장에 일할 사람이 없어지는데 회사는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며 채용을 막았다. 그러면서 모순적이게도, 신규 매장은 무섭도록 늘렸다. 신규 매장에 들어갈 인원은 새로 채용하지 않고 기존 매장에서 차출했다. 당연히 각 매장에 일할 사람은 점점 더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에 오래 다닌 고객은 예전만 못한 서비스와 예전만 못한 동시간대 근무 인원수를 알 것이다. 고된 노동에 지쳐 사람들은 떠나고, 경력자들이 혼자서 1~3인분을 해내고 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으로 채워진다. 오늘 리유저블 컵 행사를 두고 ‘그린 워싱(제품, 정책, 활동을 위장하는 환경주의자들을 우려하는 표현) 기업’이다 하는 말들이 참 많았지만, 그걸 고객보다 싫어하는 건 단연컨대 현장의 파트너들”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스타벅스는 크고 작은 무료봉사들이 모인 집합체다. 회사에선 말로만 ‘무료봉사하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 실질적 대안이 없다.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 회사에선 ‘그래도 시간 되면 다 던져놓고 퇴근하라’고 한다. 그럼 ‘당장 내일부터 매장 운영은 어떻게 하느냐’라는 도돌이표로 이어진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력자가 나가면 신입으로라도 채워졌는데, 요즘엔 그 신입 채용도 하늘에 별 따기다. 스타벅스 힘들다는 거 이미 소문 다 나서 지원자가 예전의 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회사는 무턱대고 일만 벌인다. 이벤트를 하면 ‘평소보다 매출 증가가 대폭 예상되니 근무 인원을 충분히 배치 바란다’라고 하고 끝이다. 결국 오늘 언론에 보도된 그 사달을 낳았다. 대기 음료가 100잔이 넘고 대기시간은 기본 1시간 이상이었다. 어느 매장은 대기 음료가 650잔이었다고 하더라”며 “오늘 스타벅스 모든 현장직 파트너들은 리유저블 사태를 견뎌내며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 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책임감 하나로 이 악물고 참고 버텼다. 나는 지금도 온몸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끙끙 앓고 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도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고 털어놨다.

28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고객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이날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음료 주문 시 다회용컵에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를 진행했다. 2021.9.28/뉴스1

28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고객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이날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음료 주문 시 다회용컵에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를 진행했다. 2021.9.28/뉴스1

A씨는 그러면서 고객들이 직원들의 이런 고충을 조금만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A씨는 “고객들은 ‘음료가 왜 이리 늦게 나오냐’ ‘매장이 너무 더럽다’라며 불만을 표출하는데,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 파트너들은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주문 들어온 음료를 만들어 나가는 게제1순위 업무인데, 청소할 인원은 따로 없고, 고객은 쉴 틈 없이 들어오며, 기다려주지 않는다. 청결이 중요해야 할 식음료점에서 어느 순간 청결은 뒷 순위로 밀려난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우리에게 신경질을 내고 화풀이를 하고 폭언을 한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QR 체크인이나 수기명부 작성을 요청하면, 내가 어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반말은 기본에 ‘커피 한잔 마시기 더럽게 힘드네’라고 말한다.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하면 ‘그럼 쓰고 먹을까요?’라고 면전에서 비아냥거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입사하고 몇 년은 회사를 너무 사랑했다. 회사는 ‘파트너는 스타벅스가 보호해야 할 제일 소중한 자산’이라며 계산하는 포스기 앞에 그 문구를 써서 팝업을 세웠다. 그런데 대표이사가 바뀌고 나선 고객이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그 팝업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그날부터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씩, 티 나지 않게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아무리 힘들다고 말해도 회사는 우리를 쓰다 버릴 소모품으로 여긴다”고 성토했다.

A씨는 “고객들에게 우리의 모든 상황에 대해 무조건적인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냥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면서 음료 드리면 같이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해 주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퇴점 인사를 하면 문을 열고 나가다가 멈춰서 우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고, 주문 중에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거나 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화만 내지 않아도, 우리는 그런 작고 사소한 행동에도 큰 감동을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조금만 더 유하게 행동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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