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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에 35년 만에 두손 든 미국판 천원숍…“1달러엔 못 팔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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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 위치한 미국판 천원숍인 달러트리 매장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판 천원숍인 달러트리 매장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판 '천원숍'인 달러트리가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회복세와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 효과 등이 맞물려 물가 상승이 이어진데 따른 조처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79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달러트리가 앞으로 많은 상품에 1달러보다 비싼 가격표를 붙이기로 했다. 달러트리는 1986년 창업 이후 35년간 '1달러 가격 정책'을 고수해왔다.

달러트리는 최근 가격 인상 압박이 심해지자 2019년부터 일부 매장에 '달러트리 플러스'라는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몇몇 품목을 3~5달러에 판매해왔다. 하지만 대다수 상품 가격은 1달러을 유지해왔다. 회사명에 '달러'라는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1달러 가격 정책을 불문율처럼 지켜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공급망 병목 현상과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두손을 들었다. 달러트리는 물가상승을 반영해 기존 1달러에 팔던 상품 중 일부를 1.25달러 또는 1.5달러 등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상품 한 개에 1달러'라는 달러트리의 공식이 깨진 셈이다. 달러트리는 이번 가격 인상을 계기로, 매장에서 냉동육과 제철 상품 등의 신선품을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판매가가 저렴한 달러트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류대란에 직격탄을 맞았다. 원가에서 물류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탓이다. 최근에는 해상 물류에 병목현상이 발생하자 상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장 진열대가 텅 비는 상황도 발생했다.

실제로 미 수입품의 25% 이상이 들어오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항과 롱비치 항에는 60척이 넘는 화물선이 입항을 위해 대기하고 있으며, 대기 시간도 수 주가 소요되는 등 심각한 '물류 대란'을 겪고 있다. 나이키 경영진은 최근 WSJ과 인터뷰에서 "아시아 공장에서 북미로 컨테이너 옮기는 데 약 80일이 걸리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달러트리는 전세 선박에 자사 제품을 위한 전용 공간을 예약하고, 제품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등 타개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마이클 위틴스키 달러트리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현재의 경제 환경에서 가격을 조정할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 "우리 모두가 임금, 운송, 공급업체에서 비용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콘퍼런스에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대유행에서 회복하는 경제 재개와 관련돼 있으며, 이는 향후 더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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