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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더 모닝'] 김의겸 의원, '석열이형' 발언 자리에 있었나요?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세요? 오늘은 김만배 전 기자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김의겸 의원의 주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2016년 말 박영수 특검이 법조 출입기자 1진 여러 명을 불러모았습니다. 본격적인 특검 수사를 시작하기 전 이런저런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때 박영수 특검의 부탁을 받고 1진 기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기자가 머니투데이의 김만배 기자입니다. 박영수 특검과 김만배 기자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 자리에서 박영수 특검은 1진 기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수사팀장은 누굴 시키는 게 좋을까?” 다른 기자들은 쭈뼛쭈뼛하는데 김만배 기자가 나섭니다. “석열이 형 어떨까요?” 당시 대전고검에 있던 윤석열 검사를 가리키는 호칭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기자들은 생각했습니다. “어휴, 김만배가 윤석열하고 엄청 가깝구나.”(후략)〉

어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제목은 ‘윤석열-김만배는 형 동생 하는 사이’입니다.

얼핏 글을 보면 김 의원이 2016년 말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묘사가 생생합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닙니다. 당시 한겨레의 법조 1진 기자는 김 의원의 한참 후배인 이모 기자였습니다. 따라서 김 의원이 묘사한 위의 상황은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거나, 들은 내용을 각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용 그 자체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박영수 당시 특검은 2016년 11월 29일에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됐습니다. 후보가 복수였습니다. 그리고 30일 오전에 특검으로 임명됐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바로 그다음 날인 12월 1일에 박 특검은 법조 1진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박 특검이 윤석열 검사를 특검팀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그날 오후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특검팀에 합류한다는 기사가 모든 언론사의 사이트에 게재됐습니다.

12월 1일에 박영수 특검이 법조 1진 기자들에게 한 발언 중 윤석열 검사에 대한 부분은 이렇습니다(당시 현장에 있던 중앙일보 법조팀장이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윤석열한테 어젯밤 11시에 전화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못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고검장님이 부르면 어쩔 수 있느냐’고, 그렇게 됐다. 오늘 아침에 검찰국장 통해 파견 요청했다. 윤석열이 정치적이라거나 보복성 수사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그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총선 전에도 모 정치인이 그렇게 총선 나오라고 했는데 지금 나가면 내가 뭐가 되고, 후배 검사들이 뭐로 보겠느냐고 그러더라. 중립적으로 수사 의지를 가지고 잘할 수 있는 검사다.”

박 특검이 임명도 되기 전에 법조 1진 기자들을 모아 놓고 인선 상의를  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그게 아닌 경우 김 의원 글의 진정성이 성립되려면 박 특검이 11월 30일에 1진 기자들을 만나서 수사팀장 문제 등을 놓고 이야기를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요, 11월 30일의 박 특검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종일 소속 로펌의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나옵니다. 기자들 전화 받고 법무부와 실무 상의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결국 김 의원이 말한 ‘수사를 시작하기 전 이런저런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는 12월 1일의 기자간담회로 추정됩니다. 박 특검이 수사팀장을 누구에게 맡기면 좋을지를 물어 본 게 아니라 윤석열 검사에게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고 밝힌 바로 그 자리 말입니다. 따라서 이날의 상황을 누군가가 부정확하게 김 의원에게 전달했거나, 김 의원이 상상력을 발휘해 스토리를 가공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김 의원은 기자 출신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본 것과 들은 것은 구분하지 않고, 마치 목격담처럼 글을 썼습니다. 의도적으로 오해를 유발한 것인지, 쓰다 보니 그리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의도적이었다면 김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해야 한다고 그토록 목소리를 높인 '허위조작정보' 유포가 됩니다.

김만배 전 기자의 누나가 윤 전 총장 부친의 집을 산 게 정말 우연인지,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던 것인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입니다(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것과는 별개로,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직접 본 것처럼 글을 쓰며 김 전 기자와 윤 전 총장이 친밀하다고 주장하는 김 의원의 행동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그가 한때는 사실과 추측이 명확히 구분되게끔 글을 써야 했던 기자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기자를 알지만 친분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 주장과 달리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윤석열 부친 집 매매 공방, 홍준표 “법조 카르텔” 윤 “수사해라”

 “하하, 그게 무슨 소리야.”

지난 28일 오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사들인 사람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의 누나 김모씨라는 사실을 전해 듣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TV토론회 사전녹화가 끝난 밤 10시30분 무렵이었다. 윤 전 총장은 그때까지 부친 자택의 매수인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캠프 관계자들이 전했다. 매수인 김씨는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3호 이사다.

윤 전 총장은 2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부친이 고관절 수술 뒤 집 계단을 다닐 수 없어 아파트로 이사하며 집을 내놨다”며 “시세보다 1억원 적게 내놔서 팔았다”고 설명했다. “집을 사 간 사람이 김만배씨 누나라고 해서 어제 처음 알았다. 거기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다고 하면 수사하면 되지 않을까”라고도 했다. 김 전 부국장과의 인연에 대해선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다. 몇 년 전 검찰 간부 상가에서 눈인사 한 번 한 것 같고 법조에 있을 때도 본 게 9~10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는 윤 교수 명의의 주택매매 계약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씨는 윤 교수 자택을 19억원에 사들였다. 연희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매매를 중개했다. 윤 교수는 중개수수료로 1254만원을 지급했다. 윤 전 총장 측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전혀 없고 매매대금 19억원만 받았다. 새로 산 아파트의 매매대금 11억1500만원은 연희동 주택을 판 대금으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화천대유 고문이었던 박영수 전 특검과 친분도 두텁고 김 전 부국장도 알았을 텐데 (계약 당사자가 김 전 부국장 누나임을) 몰랐다는 게 납득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당내 경쟁 주자들은 의혹 관련 인물들을 ‘법조 카르텔’로 묶으며 공격했다.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의 부친 집도 사주는 이상한 행각의 연속”이라며 “썩어 문드러진 법조 부패 카르텔은 특검이 아니고는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선후보로선 부적절한 메가톤급 비리 의혹”이란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이수희 대변인은 “우연의 일치가 왜 하필 김만배와 윤 후보 사이에 일어났을까”라며 “급매라도 31억원 넘는 주택을 19억원에 매도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논평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국민의힘 투톱을 맹비난했다. 이 지사는 개발이익환수제도 토론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50억원을 받기로 한 사람이 여러 명 있다는 사실을 한참 전에 알고도 다 숨기고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얘기했다”며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封庫罷職·부정한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해 잠금)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선 “봉고파직에 더해 남극 섬으로 위리안치(圍籬安置·유배된 죄인 집 둘레에 가시 울타리를 치고 가둠)하겠다”고 말했다.

수위 높은 표현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 입이 험한 건 주지의 사실인데 저는 비례의 원칙으로만 대응하겠다. 이 지사의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놓겠다”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마치 폭군이라도 된 양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어내는 막말 대잔치에 섬뜩함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오현석·김기정·성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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