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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2·3년제, 여성은 대학원 졸업하면 결혼 멀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학원을 졸업한 전문직 여성 조모(37)씨는 미혼이다. 조씨는 “결혼을 안 했다기보단 못 한 것”이라며 “소득이 많은 편이다 보니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풀이 좁고, 소개팅을 해도 상대방이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도 충분히 살 수 있어 억지로 결혼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씨와 함께 일하는 지인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전문대를 나와 강원도에서 일하는 이모(32)씨 역시 아직 미혼이다. 이씨는 “지난해까지 사귀던 사람이 있었는데 내 형편상 결혼은 어려워 결국 헤어졌다”며 “상대방이 나보다 집안 사정이 낫거나 소득이 더 높으면 애초부터 만나기가 꺼려진다. 무시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성 학력 높아질수록 결혼 안했다

29일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을 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주로 전문대인 2·3년제 대학 졸업자의 미혼 비중이 높았다.

성별 학력수준에 따른 미혼인구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성별 학력수준에 따른 미혼인구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0세 이상 여성 대학원 졸업자의 미혼율은 22.1%로, 교육수준별 미혼율을 봤을 때 가장 높았다. 4년제 대학 졸업 여성의 미혼율은 20%, 2·3년제 졸업 여성은 16.5%였다. 중졸, 고졸 여성은 각각 3%, 7.4%만이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력 수준이 높아질수록 미혼 비중이 커지고, 최고학력에서 정점을 찍는 구조다.

고졸男 19% 미혼, 女는 7.4%

반대로 남성은 대학원 졸업자의 미혼율이 낮았다. 30대 이상 대학원 졸업 남성 중 결혼을 하지 않은 비중은 11.8%다. 같은 학력의 여성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4년제 대졸 남성 미혼율은 23.1%, 2·3년제 졸업 남성은 27.3%였다. 중졸(10.9%), 고졸(19%)은 같은 학력의 여성과 비교했을 때 미혼 비중이 3배에 달했다.

여성이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학력이나 소득이 낮은 남성과 결혼하는 '믹스매치(서로 다른 학력·소득의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를 꺼리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학력별 남녀 미혼율에 차이가 나는 '미스매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졸男 미혼 크게 늘어

직전에 이뤄진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미혼 비율이 전반적으로 올라갔지만, 이 중에서도 2·3년제 졸업 남성 미혼율 증가가 두드러졌다. 2·3년제 대학 졸업 남성 미혼율은 5년 사이 3%포인트가 증가했다. 같은 학력 수준의 여성 미혼율은 5년 동안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4년제 졸업 남성 미혼율은 2.9%포인트 올랐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WI컨벤션에서 직원들이 예식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WI컨벤션에서 직원들이 예식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통계청 관계자는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이 높은 건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며 “여성이 비슷한 수준의 남성을 만나려는 경향이 있고, 학업 기간이 길어서 생기는 연령 요인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 남성 결혼 더 어려워져”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미혼인구의 이성교제와 결혼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에 따르면 미래 배우자의 희망 소득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결혼의향이 낮게 나타났다. 여성의 배우자에 대한 기대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비율은 74%로, 남성(14.8%)보다 5배 높았다. 보고서는 “여성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는 남성 비율은 매우 낮다”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혼인율 감소를 저출산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다.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웨덴에서 만난 여성 경제학 교수가 있었는데 남편이 고졸 배관공이었다. 남녀가 어떤 방향으로든 믹스매치될 수 있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며 “여전히 남성에게 경제적 기대가 있는데 집값 폭등으로 저소득 남성의 결혼이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문화와 가치관이 바뀌고, 정부는 저소득 청년들의 경제적 안정을 적극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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