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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에 45억?" "천하동인 8호가 꿈"…2030세대 분노의 역류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장진영 기자

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장진영 기자

공무원 시험을 2년째 준비 중인 이모(26)씨는 최근 화천대유 사태를 보면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천화동인 8호’.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자조 섞인 농담이다. 이씨는 “무엇을 위해 청춘을 바쳐가면서 공부하는지 모르겠다”며 “취업이 된다 해도 평생 벌 수도, 만져 볼 수도 없는 돈을 인맥만 있으면 얻을 수 있다니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제대로 온다”고 토로했다.

100억에서 1000억…“이제 능력과 노력으론 불가능”

천화동인 주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천화동인 주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자회사 천화동인 1호~7호 주주들이 거액배당금을 수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년 세대는 분노 섞인 허탈감을 표출한다. 천화동인 주주들은 1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또 천화동인의 3호, 4호, 5호 그리고 7호의 실소유주들은 서울 강남과 목동 등에 건물을 매입한 사실도 밝혀졌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박모(34)씨는 “천화동인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당장에라도 그만둔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주식도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정부에서 누가 건물사고 집 사나 했는데 저렇게 다 해 먹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게 가능한 금액인지 분노가 차오른다”, “능력과 노력으로는 이제 따라갈 수 없다” 등의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곽 의원 아들 “기침, 이명, 어지럼증”에 직장인들“나도 산재 감”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에 다녔던 아들이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왼쪽 사진). 화천대유에 근무해 온 딸이 이 회사가 보유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특검 당시 기자회견 모습. 뉴스1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에 다녔던 아들이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왼쪽 사진). 화천대유에 근무해 온 딸이 이 회사가 보유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특검 당시 기자회견 모습. 뉴스1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부분도 청년 세대의 공분을 사고 있다. 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씨는 지난 27일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이와 관련해 “기본 퇴직금은 5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곽 의원의 아들이) 근무 중 재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생활이기 때문에 나중에 필요하면 본인이 (산재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곽 의원의 아들은 산업재해 위로금으로 45억을 받은 셈이다.

2년 차 직장인 김모(26)씨는 “나도 회사 다니면서 매일 두통을 달고 사는 등 안 아픈 곳이 없는데 산재 신청해도 되냐”며 “산재 인정도 쉽게 안 되는데 위로금으로 몇십억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곽 의원의 아들이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침이 끊이지 않고 이명이 들렸으며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생기곤 했다'라고 적은 것을 비꼰 것이다.

김유경 노무사 (직장 갑질 119)는 “(김만배씨가) 중대 재해라는 표현을 썼는데 실제로 언론에서 자주 언급됐던 중대 재해 사건의 경우 회사가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부터 시작해 피해 유족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곽 의원의 아들은 산재 신청을 한 적이 없다.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 우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청년들이 분노를 넘어서서 포기하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업심리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심리가 분노로 출발해서 좌절감, 그다음 고립감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 교수는 “분노가 좋은 방향으로 분출되면 사회가 변화하지만, 현재 청년들은 기득권의 불공정 때문에 이 썩은 사회, 즉 ‘헬조선’에서 뭐가 되겠냐는 심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청년들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박탈감이 큰 상황인데 철저히 수사해서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는 키우면 안 된다”며 “청년을 대변한다는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게 의문이다. 청년들이 마음을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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