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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2000명 넘게 개에게 물렸는데…입마개 단속 겨우 7건뿐

중앙일보

입력

대표적인 맹견으로 꼽히는 로트와일러(왼쪽),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중앙포토]

대표적인 맹견으로 꼽히는 로트와일러(왼쪽),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중앙포토]

지난 5월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야산 입구에서 몸길이 150㎝가 넘는 대형견이 50대 여성 A를 덮쳤다. A씨는 3분여간 사투를 벌인 끝에 현장을 빠져나왔지만, 결국 1시간 여 만에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를 공격한 건 인근 개농장에서 키우던 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개물림 사고가 지난 한 해동안 2000여건이 발생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입마개 미착용 등에 대한 단속은 7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물림으로 중상을 입는 경우도 수백 건에 달해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해 개물림 사고 2000여건…5명 중 1명은 '응급 환자'

올해 초 경기도 가평군에서 발생한 개물림사고로 비글 보호자 B씨는 얼굴과 손가락 등을 물려 10바늘 이상 꿰맸다. 로트와일러는 목줄이 풀린 상태로 반려견과 B씨를 덮쳤다. [사진 B씨 제공]

올해 초 경기도 가평군에서 발생한 개물림사고로 비글 보호자 B씨는 얼굴과 손가락 등을 물려 10바늘 이상 꿰맸다. 로트와일러는 목줄이 풀린 상태로 반려견과 B씨를 덮쳤다. [사진 B씨 제공]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소방청이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물림 사고가 총 2114건 발생했다. ▶2016년 2011건 ▶2017년 2405건 ▶2018년 2368건 ▶2019년 2154건으로 매년 2000건이 넘는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042건이 일어나 연내 2000건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남양주 개물림 사건 같이 심각한 부상을 남기는 사례도 많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발생한 개물림 사고 1만 2194건 가운데 2514건(20.6%)에서 피해자가 응급 환자로 분류됐다. 개물림 사고 피해자 5명 중 1명 꼴로 생명에 위협을 겪은 셈이다. 전체의 31.7%(3868건)는 수 시간 내에 치료가 필요한 준응급 사고로 분류됐다.

'안전 장치 미비' 과태료 부과 겨우 7건 

지난 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시민공원에서 반려견이 산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시민공원에서 반려견이 산책을 하고 있다. 뉴스1

개물림 사고가 매년 수천 건 씩 발생하지만, 단속 실적은 미미하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맹견 안전장치 미착용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 7건에 그쳤다. 2019년에는 6건이었다. 피해가 잇따르자 2018년 국회는 입마개 등을 하지 않은 맹견을 데리고 외출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했다. 이 법은 2019년 3월부터 시행됐다.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는 감독 인력 부족이 있다. 맹견 관리 감독 업무를 맡는 동물보호감시원은 지난해 기준 전국(검역본부 소속 제외)에 424명 뿐이다. 이마저도 상당수는 지방자치단체의 다른 동물 관련 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 이들이 관리해야할 맹견은 지난해 기준 2269마리에 달한다.

법 시행 2년 넘도록 시행규칙도 안 만들어 

맹견 관리에서 제도적인 허점도 발견됐다. 2018넌 동물보호법을 개정 하면서 맹견 관리의무를 시행규칙으로 명시하도록 했지만, 법 시행 2년이 넘도록 해당 법령은 제정되지 않고 있다. 맹견 관리의무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정작 지켜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 규정돼있지 않은 셈이다.

맹성규 의원은 "남양주 개물림 사망 사건 등으로 시민 불안감이 크지만, 당국의 맹견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충원뿐 아니라 목줄, 입마개 착용 등 구체적인 맹견 관리 규칙을 제정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사람과 동물이 안전하게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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