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프간

3일 굶은 가족 위해 빵 훔친 소년…탈레반, 기둥에 묶고 매질

중앙일보

입력 2021.09.30 05:00

앙상한 체구의 소년 둘이 시장 거리 한가운데 나무 기둥에 묶여있다. 아프가니스탄 구호 단체 빈 다우드 재단을 운영하는 다우드 자이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공개하며 "탈레반이 빵집에서 빵을 훔친 두 명의 10대 소년을 붙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탈레반이 이 소년들을 기둥에 묶은 채 매질도 했다고 전했다.   

굶주림에 빵을 훔친 아프가니스탄의 두 소년이 탈레반에 의해 나무 기둥에 묶여 있다.[다우드 자이 트위터 캡처]

굶주림에 빵을 훔친 아프가니스탄의 두 소년이 탈레반에 의해 나무 기둥에 묶여 있다.[다우드 자이 트위터 캡처]

자이에 따르면 이 중 한 명은 "우리 가족은 지난 3일간 굶었어요. 허락없이 빵을 가져가 죄송하지만, 저는 먹어야 했습니다. 일자리도, 음식도 없는데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라고 울부짖었다. 이 사진과 사례는 탈레반이 장악한 지 40일이 넘은 아프간의 극심한 굶주림과 '공포 통치' 실태를 보여준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아프간 국민의 93%가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으며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간 공공 부문 지출의 75%가량이 해외 원조로 조달돼 왔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탈레반 재집권 후 대부분의 원조가 중단됐다. 지난 14일 미국과 독일 등 국제사회가 아프간에 10억 달러(약 1조 1800억 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과거 수준의 해외 원조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에 예치된 90억 달러(약 10조6400억 원) 규모의 아프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는 동결된 상태다.   

지난 24일 카불의 한 빵집에서 무료로 빵을 나눠주자 시민들이 이 빵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4일 카불의 한 빵집에서 무료로 빵을 나눠주자 시민들이 이 빵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AP=연합뉴스]

현금 마련을 위해 가재도구를 시장에 내다 파는 아프간인들. [EPA=연합뉴스]

현금 마련을 위해 가재도구를 시장에 내다 파는 아프간인들. [EPA=연합뉴스]

탈레반 점령으로 인한 경제적 고립은 아프간의 식량난을 가속화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고, 급여가 체불되고 있으며 식료품 값은 치솟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금 마련을 위해 가재도구를 내다 파는 시장까지 생겼지만, 구매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카불 시민 압둘라는 "모든 아프간인,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있고 밀가루 한 봉지, 식용유 한 통 없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카불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갈수록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 근로자들은 지난 28일 임금 체불 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의 여성 의료 종사자, 교사, 인권 운동가 등은 이날 "12만 명의 여성 교육자, 1만4000명의 여성 의료 종사자가 지난 2~3개월간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를 향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아프간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카불을 순찰 중인 탈레반. [AP=연합뉴스]

카불을 순찰 중인 탈레반. [AP=연합뉴스]

지난 25일 아프간 헤라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탈레반이 기중기에 매단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5일 아프간 헤라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탈레반이 기중기에 매단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굶주림뿐 아니라 탈레반의 폭정도 아프간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탈레반 첫 집권기(1996~2001년) 당시 법무장관을 지낸 물라 누루딘 투라비는 2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형 집행과 손발 절단형이 다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 당시 살인범을 스포츠 경기장 등 공개 장소에서 총살형에 처하고, 절도범의 손과 발을 자르는 등 ‘인권 유린’으로 악명 높았다.

실제로 이 인터뷰 다음 날인 지난 25일 탈레반은 헤라트의 중앙 광장에서 시신 4구를 기중기에 매달아 놓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탈레반 측은 "모두 사람을 납치하려 했던 범죄자들이며 이들을 사살해 매단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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