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찬호의 시선

자영업자들 두 번 죽이는 정권의 과잉진압

중앙일보

입력 2021.09.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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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지난 7월14일. 1년반 넘게 정부의 영업규제로 고통받아온 자영업자들이 차량 시위에 나섰다. 코로나19 방역규칙을 지키기 위해 심야에 홀로 차를 몰아 집결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평화로운 시위를 철통같이 막아 과잉·불법 진압이란 반발을 샀다. 코로나19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조지현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부산지역 자영업자들이지난 8일 부산진구 시민공원에서 차량시위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전국 9개 지역에서 동시다발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부산지역 자영업자들이지난 8일 부산진구 시민공원에서 차량시위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전국 9개 지역에서 동시다발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경찰 30개 소대가 26개 진입로를 차단했다. 차량시위라 비말이 전파될 우려도 없는데 경찰은 단체성을 띤다는 이유만으로 무자비하게 막았다. 영장도 없이 차 트렁크를 뒤지고 면허증을 뺏어 귀가를 종용했다. 비상등 켠 차는 죄다 사진 찍고 공유해 진입을 막았다. 경찰이 차를 찍으면 차주는 굉장히 위축되지 않나. 항의했지만 마이동풍이더라. 시위 선도 차량 한 대를 경찰 30명이 에워싸고 이동을 막기도 했다. 더 끔찍한 건 대학로로 쫓겨난 시위 차량들을 일렬로 세운 뒤 운전석 문 바로 앞에 경찰을 세워 시위 참가자들이 내리지 못하게 한 거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막고 몇 시간씩 차에 가뒀다. 집에 재운 아이가 깨어나 울고있다는 전갈을 받은 여성 시위 참가자가 '귀가할테니 비켜달라'고 했는데도 경찰은 '다시 시위에 합류할 수 있다'며 이 여성을 계속 차에 가뒀다고 한다. 야만인도 이렇게는 안 할 거다."
 요즘 직원 내보내고 사장 혼자 일하는 1인 영업체가 급증했다. 자영업이 붕괴 직전이란 신호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게 자영업 최성수기인 지난 7~8월이었다. 올 초 정부는 "7월부터 영업규제 해소에 들어갈테니 참고 기다리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자영업자들은 그 말만 믿고 버텼지만 7월 들어 규제는 오히려 강화됐다. 희망고문에 지친 자영업자들은 마지막 카드로 차량시위에 나선 것인데, 경찰은 이마저 가혹하게 진압했다. 최근 20명 넘는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이런 가혹한 진압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를 추모하는 분향소마저 봉쇄하며 유족과 자영업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 조지현 공동 대표의 전언이다.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상주를 3명만 세우고, 추모객도 2m 간격으로 한 명씩만 받았다. 그런데도 경찰은 박원순 분향소나 민노총 시위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우리만 압박했다. 처음에는 방역법 위반이라며 막았다가 말이 안되니까 집회시위법을 들이대더라. 그것도 논란이 되니까 경찰은 영등포구청의 요청으로 막았다고 하고, 구청은 경찰 스스로 한 행동이라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더라. 분노할 힘마저 없다."
 국민의힘 이영·최승재·김형동 의원은 지난 7월 22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나 과잉 진압을 항의했다. 이영 의원(초선·비례)의 전언이다.
 "김 청장은 앵무새처럼 '우린 적법하게 했습니다''절차대로 했습니다''불법시위였습니다'란 말만 반복했다. '왜 영장도 없이 차량을 수색하고 시위자들을 감금했나'고 따지면 '모른다''사실과 다르다'고 잡아뗐다. 옆에 앉은 간부에게 '확인했어? FM(교범) 대로 했지?'라고 옆구리 찌르기식으로 물어 답변을 유도한 뒤 '우린 FM대로 했다'고 강변하더라. "
 쳇바퀴 답변에 화가 치민 이 의원은 "현장을 찍은 CCTV 영상을 달라. 그걸로 결판을 내자"고 제안했다. 김 청장은 "확인해보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얼마 뒤 "수사중이라 영상 제공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요즘 조지현 공동 대표의 전화엔 "시위할 장소만 찍어달라. 알아서 나가겠다"는 자영업자들 메시지가 수없이 날아온다고 한다.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유럽은 코로나를 전시 상황으로 여기며 국민 생명을 최우선하는데, 이 정부는 경제 지표만 중요한 모양이다. 그러니 사람 많이 모이는 백화점·대형마트는 놔두고 자영업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분노섞인 비아냥을 정부는 곱씹어야 한다.
 요즘 서울 시내에선 꼬마빌딩 2~3층에 구멍가게 하나 열어도 월세가 1백만원을 넘어간다. 그러나 영업제한에 따른 보상금은 쥐꼬리 수준이다.그나마 보상금을 수령하는 자영업자는 전체의 1%도 안된다. 자영업자들이 정부에 고통을 호소할 핫라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정부의 규제 몽둥이는 추상같다. 지자체 안전과 직원들이 직접 가게 문 앞에 와서 영업 제한 공문을 붙인다. 조지현 대표의 탄식에서 영업제한으로 타격받고, 경찰 강경진압에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의 비애가 묻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촛불집회로 집권한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이렇게 탄압해도 되나요'라고 말입니다."

평화로운 시위 막고 화장실도 못 가게
분향소 설치 방해, "법대로 했다" 변명
촛불집회로 집권한 정부의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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