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지각 단풍

중앙일보

입력 2021.09.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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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녹음이 무성하던 나뭇잎이 붉고 노랗게 물드는 현상을 단풍이라고 한다. 나뭇잎이 녹색을 띠는 이유는 엽록소 때문인데, 식물 생존에 필수적인 광합성 작용에 중요한 핵심물질이다. 엽록소는 기온이 올라갈수록 활발히 생성된다. 연한 초록빛의 나뭇잎이 여름이면 유독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이유다. 하지만 햇살이 약해지고 날씨가 차가워지면 엽록소는 분해되기 시작한다. 단풍은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다양한 색으로 나뭇잎이 변하는 현상이다.

단풍이 드는 시기는 지역과 나무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보통 한 나무 또는 숲을 기준으로 전체 나뭇잎의 20% 정도가 울긋불긋할 때를 단풍의 시작으로 친다. 전체의 80% 정도가 물들면 단풍의 절정기로 간주한다. 단풍은 추운 북쪽에서 시작돼 하루 20㎞씩 남하한다. 높은 산의 경우 정상과 아래의 차이가 확연한데, 보통 하루 50m씩 산 아래로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런 속도는 그해 기상조건에 따라 또 달라진다.

올해 단풍은 다음 달 26일 정도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설악산(권금성)은 10월 23일 전후로 10일, 지리산(세석)은 10월 20일 전후 6일, 한라산(1100도로)은 11월 4일 전후 4일이다. 단풍 명소인 전북 정읍 내장산과 경북 청송 주왕산 단풍은 10월 23일 전후로 전망했다.

매년 찾아오는 단풍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만산홍엽(滿山紅葉 )의 시기는 해마다 늦어지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단풍 시기를 2009년부터 현장에서 관측하고 있는데, 연평균 0.4일씩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이면 4일이 늦어지는 셈이다. 이는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여름 기온이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1.5일씩 늦어진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식물의 생장 리듬이 바뀌는 것은 중요한 기후변화의 신호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에서 한반도의 봄철 개화는 꾸준히 빨라지고, 가을철 단풍 시기는 계속 뒤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한반도에 낙엽수 대신 동남아에서나 보던 아열대성 사철나무가 무성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줄이자는 탄소중립정책의 당위성을, ‘단풍의 지각’은 우리에게 새삼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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