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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분 팔아 1.8조원 마련…헝다, 급한 불은 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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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글로벌 금융 시장을 출렁이게 했던 중국 헝다그룹이 은행 지분을 팔아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갚아야 할 빚이 줄줄이 남아 있어 여전히 불안하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의 헝다센터.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금융 시장을 출렁이게 했던 중국 헝다그룹이 은행 지분을 팔아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갚아야 할 빚이 줄줄이 남아 있어 여전히 불안하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의 헝다센터.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코앞에 닥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자회사가 보유한 은행의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앞으로 갚아야 하는 빚도 만만치 않아 파산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2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자회사가 보유한 중국 성징은행(盛京銀行)의 지분 19.93%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분 매각 대상은 국영 자산운용사인 선양성징 금융투자그룹이다. 이에 따라 헝다그룹의 성징은행 지분은 기존 34.5%에서 14.75%로 준다. 반면 선양선징 투자그룹이 보유한 성징은행 지분은 20.79%로 올라서며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쉬자인(許家印) 헝다그룹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회사(헝다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성징은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국영기업이 지분을 인수할 경우 성징은행의 운영 안정화에 도움이 되고, 지분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돈줄이 말라버린 헝다그룹은 이날 성징은행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는 대가로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을 전망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성징은행의 시가총액은 약 615억 홍콩달러(약 9조4000억원)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총 1억2256만 홍콩달러(약 1조8000억원)를 확보할 수 있다.

확보한 유동성은 대부분 만기가 도래하거나 지난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에 쓰인다. 헝다그룹은 이날까지 달러화 채권이자 4750달러(약 561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지난 23일까지 갚아야 했던 또 다른 달러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원)의 상환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계약서상 채권이자 지급 예정일로부터 30일 이내까지는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도 채무불이행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급한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앞으로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당장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는 약 77억 달러(약 9조550억원)에 달한다. 2023년에는 부채 규모가 108억 달러(약 12조7000억 달러)로 늘어난다. 지난 23일까지 갚기로 한 2억3200만 위안(약 425억원)의 역내 회사채도 “장외 방식의 협상을 통해 해결됐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헝다그룹이 채권 보유 기관과 ‘사적인 협상’을 통해 지급 시한을 연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헝다그룹이 일부 지분이나 자회사의 비핵심자산을 추가로 처분해 자금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국영 기업과 당국이 지원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등에 헝다그룹의 자산 일부를 매입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자산 매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헝다그룹 사태에 대한 우려와 전국으로 퍼진 전력난 등으로 전일 대비 0.80% 하락한 3573.52로 거래를 시작해 전날보다 1.83% 내린 3536.29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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