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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장애인에게 상처 주는 속담·관용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장애인에 대한 비하는 직접적으로 장애인을 겨냥한 발언에서 나오는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말하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예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속담이나 관용구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꿀 먹은 벙어리’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인권위는 ‘꿀 먹은 벙어리’는 문맥과 상황에 따라 ‘말문이 막힌’ ‘말을 못하는’ 등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일부만 알면서 전체를 알듯이’ ‘주먹구구식’ 등으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관용구에는 ‘눈먼 돈’과 ‘외눈박이 ○○’도 있다. ‘눈먼 돈’은 임자 없는 돈이나 우연히 생긴 공돈을 뜻한다. ‘외눈박이 ○○’은 한쪽으로 기울거나 편파적인 경우에 사용되는 말이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는 상황에 따라 ‘눈먼 돈’은 ‘주인 없는 돈’, ‘외눈박이 ○○’는 ‘편파 ○○’ 등으로 바꾸어 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장애를 앓고 있다’는 표현 또한 장애를 질병이나 결함으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눈 뜬 장님’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귀머거리 삼년’ ‘절름발이 정책’ 등 ‘장님, 벙어리, 귀머거리, 절름발이’ 등이 들어간 속담이나 관용구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표현이라며 사용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속담이나 관용구에까지 차별이란 잣대를 들이대야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면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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