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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생활연기 위해 밤거리 행인 관찰” 박해수 “명문대 출신 만나 자격지심 탐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상우가 현실적인 캐릭터죠”(이정재), “저는 아무래도 성기훈이었구나 싶어요”(박해수)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두 주요 배우, 이정재(성기훈 역)와 박해수(조상우 역)는 실제 본인의 모습을 묻는 말에 각자 상대가 연기한 캐릭터를 골랐다. 2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정재(49)는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기훈은 굉장히 영화적인 캐릭터”라며 “상우 같은 캐릭터가 그런 상황에서는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해수

박해수

그가 연기한 ‘기훈’은 고정된 직장 없이 대리기사로 근근이 일하며 쌍문동 반지하에 사는 처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사바하’ ‘신과함께’ ‘신세계’ 등 최근 작품에서 보여준 강렬한 캐릭터와 전혀 다르다. 이정재는 “나이가 들다 보니 악역, 센 역할밖에 안 들어오던 중 새로운 모습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황동혁 감독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제안했다”며 “황 감독과 일하는 것도 반가웠지만 ‘기훈’ 캐릭터여서 더 반가웠다”고 했다. 기훈을 표현하며 “조금 자신 없는 장면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이정재씨 본인이 다 가지고 있는 건데 그거 조금 더 썼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해줘서 받아들이고 잘 해보려고 노력했다”라고도 했다.

덥수룩한 머리, 아무렇게나 입은 듯한 옷차림 등은 ‘신세계’ ‘사바하’ 등을 함께 작업한 조상경 실장의 작품이다. 이정재는 “확실히 오징어가 됐죠”라며 “이정재를 뭘 어떻게 입혀서 진짜 쌍문동 반지하에 사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 미팅 때 사이즈도 안 맞고, ‘위아래를 왜 이렇게 매치해서 입지?’ 할 정도의 컨셉트를 잡아 왔는데, 그거 좋은 것 같으니 주시는 대로 입겠다고 했다”

“생활연기가 가장 힘들다”는 그는 “강한 캐릭터는 설정만 잡으면 연기가 수월한데, 생활연기는 일상에 있는 사람같이 보여야 하고 더 자연스러워야 해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며 “밤에 많이 걸어 다니고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기훈’을 그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반면 게임 상황에서는 극한의 연기를 해야 했다. “달고나 게임 때 ‘이렇게까지 핥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일상과 극한을 오가는 연기를 하면서 수위와 표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도시락 공기 먹방’도 언급했다. 극 중 도시락에 담긴 음식을 열심히 먹는 것 같지만 빈 수저질만 반복하는 모습이다. 그는 “첫 테이크 때는 잘 먹는데, 5번쯤 넘어가면 배가 부르기 시작해서 요령을 좀 피운다”며 “등지고 있는 장면이라 잘 안 나올 줄 알고 요령을 피웠던 것 같은데, 그 컷을 쓰셨더라. 너무 잘 먹어서 편집하면서도 모르셨나 보다”며 웃었다.

이정재

이정재

성기훈과 한동네에서 자라 서울대 경영학과에 수석 입학한 수재이자, 여의도 증권맨에서 거액의 빚을 진 도망자 신세가 된 ‘조상우’ 역의 박해수(40)는 “작품을 할 때는 조상우 캐릭터에 이질감을 못 느꼈고, 마치 연기를 안 하는 것 같이 게임에서 선택이 너무 쉬워지기도 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이 끝나니 저는 ‘성기훈’이었구나 싶다”고 했다.

그는 계산적이고 판단이 빠른 조상우가 누군가를 배신하는 장면을 두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아프지 않아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배우를 좋아했기 때문에, 많이 아팠다”며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야 하는데, 생각이 많아질 때면 황동혁 감독과 상우의 ‘합리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힌트를 얻곤 했다”고 했다. 낯선 캐릭터를 입기 위해 박해수는 ‘명문대 나온 사람들’을 찾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조상우는 자격지심도 있고, 1위가 아닐 때 스스로 박탈감도 크다”며 “1위 지향적인 우리나라에서, 명문대 사람들이 가진 박탈감과 자격지심이 어떤 건지 알아보고 싶어서 여러 명 만나서 인터뷰도 했다”고 말했다.

‘기훈’과 ‘상우’는 본래 같은 동네에서 형·동생 하며 자란 사이. 게임장에서 상우를 만난 기훈은 물색없이 반가움을 표하지만, 상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거리감을 내비친다. 박해수는 “조상우는 1등, 최고가 되고 돈을 벌 순 있었겠지만 성기훈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성향은 가질 수 없었던 것”이라며 “사람들을 아우르고, 데리고 다니는 데 질투심을 가졌고, 그래서 성인이 돼서 만났을 때도 경계하고, 부대껴 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현재 넷플릭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한국판도 촬영 중이다. 오랜 연극배우 생활 후 뒤늦게 드라마를 시작해 2019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최고령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운 좋게 넷플릭스가 가는 길에 함께하고 있는 건 운명 같다. 혹시 보너스를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다”고 농담처럼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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