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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서 외무·방위상…“뚜렷한 정치색 없는 순응형” 평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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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의 새 총리가 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신임 자민당 총재는 도쿄 태생이지만 히로시마(廣島)에 정치 기반을 두고 있다. 중의원 9선 의원에 외무상·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 등 요직을 거쳤음에도 눈에 띄지 않는 행보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등 스타형 정치인에 비해 대중 인지도는 낮다.

조부 기시다 미사키(岸田正記), 부친 기시다 후미타케(岸田文武)가 모두 경제인 출신 정치인이다. 주재원으로 파견된 아버지를 따라 미국 뉴욕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겪은 인종차별을 계기로 정치인의 꿈을 품었다고 한다.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장기신용은행에서 일하다 1993년 아버지의 히로시마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 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함께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간 동기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다.

전통적으로 주변국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해 온 파벌 ‘고치카이(宏池會·현재 기시다파)’의 수장이며 파벌 성향으로 보면 온건 보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사상적으로 다른 아베 전 총리와도 각을 세우지 않고 순종적인 입장을 취해 아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혀 왔다. 2007년 1차 아베 내각에서 내각부 특명대신으로 입각해 2차 아베 내각에서는 외무상·방위상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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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출신으로 산업 분야에 발이 넓고 자동차 업계와 긴밀하다. 1988년 결혼한 부인 기시다 유코(裕子)도 히로시마 출신으로, 결혼 전 히로시마에 기반을 둔 자동차 회사 마쓰다에서 임원 비서로 재직했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는 ‘레이와(令和·일본의 연호)판 소득 배증 정책’을 경제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베노믹스의 금융 완화 정책 등 성장 전략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익이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골고루 돌아가도록 분배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장 촉진을 위해 소비세는 10년 정도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뚜렷이 드러내지 않는 기시다에 대해 나카지마 다케시(中島岳志) 도쿄공업대 교수는 『일본의 내일』에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적을 만들지 않으며, 유력한 지위를 손에 넣어 온 순응형”이라고 표현했다. 기시다도 지난해 출간한 『기시다 비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신뢰·협력을 내세우며 “리더는 다른 사람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썼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실세인 아베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지지를 등에 업고 총리직에 오른 만큼 아베-아소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야구팀 히로시마 카프스의 열성 팬이다. 영어에 능통해 2016년 외무상 시절 히로시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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