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장동 녹취록 19개 나왔다…"성남도공 측에 10억 전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검찰이 성남시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 과정에서 4000억원대 배당 수익을 챙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주요 주주들의 금품 로비 대화가 녹음된 녹취파일 19개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 녹취파일에서 전직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에게 10억원대의 금품이 전달된 정황을 파악하고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천화동인 주요 주주의 자택 및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해 동시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자택 및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확보한 금품 로비 정황 관련 자료는 천화동인 5호 대주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제출한 녹취파일 19개다. 정 회계사는 최근 2년간 화천대유 및 천화동인 1호 대주주인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 등 주요 주주들과 유 전 본부장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측과의 대화를 녹음했는데, 이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녹취파일에는 지난해 말 기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대주주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얻은 4040억원의 배당금 및 수천억원대 아파트 분양 수익을 배분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 중에는 대장동 개발 민관합작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의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 주주 성남도시개발공사 주요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수억원씩, 10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 회계사는 이와 관련해 수억원대의 현금 뭉치가 찍혀져 있는 사진과 이 돈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근무한 인물 등에게 전달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제출했다고 한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금품 로비가 이뤄졌다는 정황이 처음 포착된 셈이다.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4호 대표인 남욱 변호사와 함께 2009년의 첫 대장동 민간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 관여했다. 또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할 때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때문에 녹취파일을 분석할 경우 화천대유와 개인 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3억5000만원(지분 7%)을 투자해 수천억원대의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이익배분 구조의 설계 경위가 규명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영학 녹취록엔 ‘4040억+α 배분’ 김만배·유동규 대화 담겨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사건 수사팀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서류 등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사건 수사팀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서류 등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이들이 토지 헐값 분양 및 아파트 직접 분양 등 특혜를 받게 된 배경이 밝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계사 본인도 천화동인 5호 대주주로 대장동 개발사업에 5581만원을 투자해 지난해 연말까지 644억원을 배당받았다. 정 회계사 가족이 대표인 법인이 지난해 3월 서울 신사동 5층 빌딩을 173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다만 19개 녹취파일 안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름이 언급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지사 캠프의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녹취록의 내용을 전혀 몰라 사실관계를 검증할 수 없다”면서도 “백번 양보해도 4040억원의 배당금 수익은 2019년 이후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2018년 3월에 성남시장에서 물러난 이 지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유 전 본부장이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유 전 본부장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그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근무했던 사무실과 그가 퇴임한 이후 정모 전 투자사업팀장과 함께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는 부동산 개발업체 유원홀딩스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대장동 개발사업은?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을 맡은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 방식 등을 직접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성남의뜰에 참여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가 4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는 과정, 화천대유가 헐값에 용지를 받아 직접 아파트 분양사업을 벌이면서 추가로 4000억대의 이익을 얻게 된 배경을 잘 알고 있을 중심 인물로 지목돼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 시절 변호사이던 이 지사와 관련 법개정 운동을 벌이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과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이 지사가 경기지사가 된 이후인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성남의 한 시민단체는 전날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의 심복 중의 심복”이라며 “특검이 구성돼 유 전 본부장 등을 수사해야 하고, 국정조사장에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 지사 측은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 측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 전 본부장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세계적 추세와 맞물려 집값이 폭등하면서 대장동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이라며 “처음에 설계할 때는 그 정도로 이익이 많이 남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익 배분 문제와 관련해서도 화천대유와 대형 금융사들의 문제일 뿐 성남시나 성남도시개발공사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김태훈 4차장검사의 지휘를 받는 검사 16명과 대검찰청 회계분석수사관으로 구성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전날 기존 중앙지검 수사팀에 파견검사 3명을 더하는 안을 법무부에 건의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를 승인했다.

◆이창재·김기동도 화천대유 자문=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에 이어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과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도 화천대유에 법률 자문 활동을 했던 것으로 추가로 조사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