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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색 치고 나간 검찰이 유리? 검경, 화천대유 '오징어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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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미묘한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검경이 서로 살펴보고 있는 범죄 혐의점이 다수 중첩되고 주요 압수수색 대상이나 핵심 소환조사 인물도 겹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검경의 중복 수사에 따른 비효율성 지적과 인권 침해 우려 등도 제기된다.

 검찰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장진영 기자

검찰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장진영 기자

검찰,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지켜본 경찰

17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린 서울중앙지검은 29일 수사팀 구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마자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본사 사무실과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사무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실 등에 대해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했다. 전담수사팀은 개발 인·허가 과정, 이익 배분 설계 등 의혹 전반을 살펴볼 전망이다. 검찰은 이틀 전인 지난 27일 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를 지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 관련자 여러 명에 대해서도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중앙포토

경기남부경찰청. 중앙포토

경찰은 첫 고발인 조사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렸다고 발표했다. 서울경찰청에서 지원받은 수사관(11명)을 포함한 3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이다. 앞서 지난 27일 국가수사본부에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수사를 해달라고 고발장을 접수한 시민민생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이날 첫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수수한 의혹,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 주요 관계자들의 자금 거래내역도 경기남부청으로 이관해 조사한다. 앞서 서울용산서가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 이성문 대표 등을 조사했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의 이한성 대표를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의 강제수사 ‘선공’에 수사 주도권을 빼앗긴 분위기가 조성됐다.

대장동 의혹 화천대유와 관련 회사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천화동인 4호 사무실(현 엔에스제이홀딩스)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김성룡 기자

대장동 의혹 화천대유와 관련 회사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천화동인 4호 사무실(현 엔에스제이홀딩스)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김성룡 기자

검경, 압수수색 자료 공유?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검찰이 주요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먼저 나선 데 대해 “이제 막 수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수사하겠다는 입장 외엔 아직 밝힐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어떤 자료들을 확보했는지가 파악돼야 경찰의 다음 수사 단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올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제정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필요시 가능한 범위에서 사본, 복제, 대여 등의 적절한 방법으로 자료를 공유할 수 있고, 그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먼저 영장 받아라…‘오징어게임’ 가능성

압수수색 영장을 먼저 발부받은 검찰을 수사 주체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197조의4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동일한 사건(범죄사실)을 수사하게 되는 상황(중첩 수사)이 생기면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는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다. 즉, 경찰이 먼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발부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사건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사건을 수사하게 된 상황에서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압수수색에 나선 상황을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는 말도 나온다. 수사권 조정 문제 등으로 경쟁 관계였던 검경의 ‘생존 게임’에서 먼저 압수수색을 한 검찰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얘기다. 이를 만회하려는 경찰의 반격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식 출범일인 21일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에 현판이 걸려 있다.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식 출범일인 21일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에 현판이 걸려 있다. 뉴시스

공수처도 직접수사 고심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참가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고발장이 잇따라 접수돼 수사 착수를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특혜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사업 진행 시점에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어서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들의 퇴직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뇌물 혐의로 고발된 곽상도 무소속 의원은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인 국회의원이다. 공수처는 기초 조사 등을 거쳐 입건 또는 불입건, 이첩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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