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장동 개발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 부동산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집단은 명백하게 국민의힘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발이익환수 법제화 토론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날 이 지사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이 지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50억원을 받기로 한 사람이 여러 명 있다는 사실을 한참 전에 알고도 이를 다 숨기고, 국민들한테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얘기했다”며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서 봉고파직(封庫罷職·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해 잠금)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선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이 지사는 “김 원내대표께는 봉고파직에 더해 남극에 있는 섬으로 위리안치(圍籬安置·유배된 죄인이 거처하는 집 둘레에 가시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가둠) 하겠다”고 말했다. “곽 의원의 자녀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이재명이 부패의 근원’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건 저에 대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었다.
강도 높은 표현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사를 시작했다”며 “대장동 설계자를 자처하더니 마음이 급해지셨나 보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어 “이 지사가 입이 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저는 비례의 원칙으로만 대응하겠다”며 “이 지사의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 놓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지사의 언행이 갈수록 가관이다. 조롱과 비난만 난무할 뿐 대통령 후보로서 갖추어야 할 통합과 배려의 정신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마치 폭군이라도 된 양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어내는 막말 대잔치에 섬뜩함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남을 조롱하기 전에 자신의 인성과 개념부터 챙기시기 바란다”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尹 부친 집 계약엔 침묵…개발이익환수 법안이 출구?
야당 지도부와 거친 설전을 벌인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의 본질에 대해선 ‘도둑 싸움’에 비유했다. “도둑들이 도둑질엔 성공했는데 ‘네가 더 많이 가져야 하냐’, ‘내가 도둑질에 더 많이 기여했다’는 걸로 다투다가 시끄러운 싸움 소리가 밖에 들려서 일망타진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 딱 그 현상 같다”는 설명이었다. 이 지사는 “신속한 수사로 진상이 규명되고 관련 범법자들을 전부 일망타진해서 국민들의 아픈 속이나마 조금 달래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에 대해 이 지사는 ‘이재명 만물창조설’이란 말로 일축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의하면, 제가 대한민국 권력과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모든 것을 다 한 것이 된다”며 “이재명 만물(萬物) 창조설을 믿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신 차리시길 바란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이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국민의힘 책임론’을 다시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다만 이 지사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와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친이 거주하던 집을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의 누나가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캠프 차원의 언급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윤 전 총장 부친 집 매매 계약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만큼,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며 “특별한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 역시 이날 토론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로부터 “김씨가 윤 전 총장 부친 주택을 매입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하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기자들의 질문에 몇십분씩 길게 답변하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캠프 대신 공세에 나선 건 민주당 지도부였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이 부친 거주 주택 매각에 대해 ‘당연히 몰랐다’고 말한 걸 거론하며 “많이 듣던 소리다. (곽 의원은) 아들의 50억원 퇴직금을 당연히 몰랐다고 했는데, 어찌 그리 똑같이 대응하냐? 우연이라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른바 ‘장모 변호 문건’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은 대통령 후보 검증을 받을 게 아니라, 빨리 피의자 조사를 받아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지사 측은 개발이익환수법 추진을 대장동 사태의 출구 전략으로 검토 중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현재 부동산 개발이익의 20~25% 수준인 개발부담금을 50%로 높이는 방안과 개발이익환수 대상을 토지개발사업에서 주택건축사업까지 넓히는 법 개정 방안이 논의됐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앞으론 민간이 엄청난 개발수익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만들고, 국민의힘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요구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이것도 거부하면 결국 토건세력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