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명 "이준석 봉고파직 하겠다" 이준석 "확 찢어놓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환수 법제화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는 "봉고파직 하겠다"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는 "봉고파직에 더해 위리안치 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환수 법제화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는 "봉고파직 하겠다"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는 "봉고파직에 더해 위리안치 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대장동 개발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 부동산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집단은 명백하게 국민의힘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발이익환수 법제화 토론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날 이 지사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이 지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50억원을 받기로 한 사람이 여러 명 있다는 사실을 한참 전에 알고도 이를 다 숨기고, 국민들한테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얘기했다”며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서 봉고파직(封庫罷職·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해 잠금)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선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이 지사는 “김 원내대표께는 봉고파직에 더해 남극에 있는 섬으로 위리안치(圍籬安置·유배된 죄인이 거처하는 집 둘레에 가시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가둠) 하겠다”고 말했다. “곽 의원의 자녀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이재명이 부패의 근원’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건 저에 대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었다.

강도 높은 표현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사를 시작했다”며 “대장동 설계자를 자처하더니 마음이 급해지셨나 보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어 “이 지사가 입이 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저는 비례의 원칙으로만 대응하겠다”며 “이 지사의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 놓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지사의 언행이 갈수록 가관이다. 조롱과 비난만 난무할 뿐 대통령 후보로서 갖추어야 할 통합과 배려의 정신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마치 폭군이라도 된 양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어내는 막말 대잔치에 섬뜩함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남을 조롱하기 전에 자신의 인성과 개념부터 챙기시기 바란다”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尹 부친 집 계약엔 침묵…개발이익환수 법안이 출구?

야당 지도부와 거친 설전을 벌인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의 본질에 대해선 ‘도둑 싸움’에 비유했다. “도둑들이 도둑질엔 성공했는데 ‘네가 더 많이 가져야 하냐’, ‘내가 도둑질에 더 많이 기여했다’는 걸로 다투다가 시끄러운 싸움 소리가 밖에 들려서 일망타진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 딱 그 현상 같다”는 설명이었다. 이 지사는 “신속한 수사로 진상이 규명되고 관련 범법자들을 전부 일망타진해서 국민들의 아픈 속이나마 조금 달래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에 대해 이 지사는 ‘이재명 만물창조설’이란 말로 일축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의하면, 제가 대한민국 권력과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모든 것을 다 한 것이 된다”며 “이재명 만물(萬物) 창조설을 믿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신 차리시길 바란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이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국민의힘 책임론’을 다시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던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의 모습. 강정현 기자

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던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의 모습. 강정현 기자

다만 이 지사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와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친이 거주하던 집을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의 누나가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캠프 차원의 언급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윤 전 총장 부친 집 매매 계약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만큼,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며 “특별한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 역시 이날 토론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로부터 “김씨가 윤 전 총장 부친 주택을 매입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하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기자들의 질문에 몇십분씩 길게 답변하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캠프 대신 공세에 나선 건 민주당 지도부였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이 부친 거주 주택 매각에 대해 ‘당연히 몰랐다’고 말한 걸 거론하며 “많이 듣던 소리다. (곽 의원은) 아들의 50억원 퇴직금을 당연히 몰랐다고 했는데, 어찌 그리 똑같이 대응하냐? 우연이라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른바 ‘장모 변호 문건’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은 대통령 후보 검증을 받을 게 아니라, 빨리 피의자 조사를 받아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지사 측은 개발이익환수법 추진을 대장동 사태의 출구 전략으로 검토 중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현재 부동산 개발이익의 20~25% 수준인 개발부담금을 50%로 높이는 방안과 개발이익환수 대상을 토지개발사업에서 주택건축사업까지 넓히는 법 개정 방안이 논의됐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앞으론 민간이 엄청난 개발수익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만들고, 국민의힘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요구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이것도 거부하면 결국 토건세력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