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도 요격도 난망…北 ‘게임 체인저’ 극초음속 미사일 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15:42

업데이트 2021.09.29 16:58

북한이 29일 공개한 신형 미사일은 한ㆍ미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29일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29일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용림군 도양리에서 화성-8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29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소개했다. 극초음속은 마하 5(약 시속 6125㎞) 이상을 뜻한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보도 사진에선 오징어와 비슷한 모양의 탄두부가 달린 검은색 탄도미사일이 날아오르고 있다. 미국 미들버리국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비확산연구센터 소장은 ”발사체는 화성-12호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화성-12호는 최대 사거리 5000㎞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다.

겉모습으로 보면 중국이 2019년 열병식에 공개한 DF(東風ㆍ둥펑)-17과 닮았다. 이 미사일은 탄두부에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탑재했다. DF -17은 정점 고도에서 탄두부가 낙하하지 않고, 글라이더처럼 미끄러지듯 내려온다. 조선중앙통신도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라는 표현으로 화성-8형이 극초음속 활공체 탑재 미사일이라고 밝혔다.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HGV)의 비행 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HGV)의 비행 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극초음속 미사일, 탐지·요격 어려워 

극초음속 활공체는 지구상 어느 곳이든 1~2시간 안에 때릴 수 있는 속도를 내면서 불규칙한 비행까지 가능해 탐지하거나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할 경우 기존의 미사일방어 체계론 이를 막기기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ㆍ중국ㆍ러시아는 극초음속 활공체를 ‘게임체인저’로 간주해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이 27일(현지시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체계(HAWC)는 탄도미사일로 쏘는 극초음속 활공체와 달리 순항미사일 형태로 발사한다.

북한의 29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발표를 놓고 군 당국은 아직 초기 단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시험 결과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올들어 발사한 미사일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이 올들어 발사한 미사일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극초음속 활공체는 최대 고도 30㎞, 비행거리 200㎞, 최대 속도 마하 2.5로 파악됐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ㆍ기계학부 교수는 “마하 5를 넘지 못했으니 발사체의 추력이 부족한 등 이유로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극초음속 활공체 발사의 성공 여부를 추측할 수 있는 고도, 사거리 등의 구체적인 수치도 공개하지 않았다. 합참은 “제원을 평가해볼 때,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배치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재 한ㆍ미연합자산으로 탐지ㆍ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모함 타격용 개발 전망” 

다만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번엔 시험 단계로 비행ㆍ유도기능을 점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개발할 경우 한국ㆍ일본의 미군 기지나 항공모함 타격에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2019년 10월 1일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둥펑(DF)-17. 음속의 10배를 낼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이 2019년 10월 1일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둥펑(DF)-17. 음속의 10배를 낼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중국 환구망 캡처]

北 미사일 앰플화도 위협적 

극초음속 활공체 못잖게 조선중앙통신의 “처음으로 도입한 암풀화된 미싸일(미사일) 연료계통과 발동기(엔진)의 안정성을 확증했다”는 발표도 민감한 대목이다. 화성-8형과 같이 액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은 북한에선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한다. 독성이 강한 액체 연료는 연료통과 배관을 부식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료통과 배관을 유리로 코팅하는 앰플화를 거치면 최소 수십 일에서 최대 수년까지 액체 연료를 넣은 상태에서 미사일을 보관할 수 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 미사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스커드 계열은 지금까진 연료 주입이 필요했고, 한ㆍ미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알아챌 수 있다”며 “북한이 앰플화를 보급하면 사전 경보 시간이 확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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