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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가장 앗아간 을왕리 참극…엇갈린 남녀, 2심 판결도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9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와 동승자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해 11월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동승자가(오른쪽) 법원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음주 운전자가 지난해 9월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중부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와 동승자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해 11월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동승자가(오른쪽) 법원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음주 운전자가 지난해 9월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중부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29일 오후 2시쯤 인천지방법원 형사 법정. 연두색 수의를 입은 여성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섰다. 뒤이어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성이 들어와 여성 옆에 섰다. 판사가 주문을 읽는 동안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

이날 인천지법 형사항소2부(이현석 부장)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운전자 A씨(35·여)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교사 등 혐의로 함께 기소한 동승자 B씨(48)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A씨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B씨에게 양형을 정할 때 고려한 여러 조건이 2심에서 바뀌지 않았다”며 “1심이 정한 형이 피고인들 주장처럼 너무 무겁거나 검사의 주장처럼 너무 가볍다고 볼 수 없어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B씨에게 적용된 윤창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막아야 할 관계에 있지 않고 의무도 없다고 볼 수 없어 공동정범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원심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동승자를 공동정범으로 본 검찰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와 B씨에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생계를 위해 새벽 시간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을 하던 소중한 가장이 사망했다”며 “범행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가볍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고 말했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B씨는 자신이 직접 운전은 하지 않았지만, 운전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며 “B씨는 윤창호법 위반의 공동정범”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B씨 측은 “A씨와 B씨는 사건 당일 처음 본 사이로 업무상 지휘관계가 아니었다”며 윤창호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9일 오전 0시 55분쯤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50대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벤츠 차량에 동승했던 B씨는 사고가 나기 전 리모트컨트롤러로 자신의 회사법인 소유인 차량의 문을 열어주는 등 A씨에게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으로 보고 둘 모두에게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가법과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친 것을 말한다. 음주운전 차량 동승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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