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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70%는 파우치 배터리 탓…내연차보다 발생률 낮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5년간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활용된 배터리 화재가 47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9일 "산업통상부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최근까지 5년 동안 ESS와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7건"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형태별로는 파우치형 33건, 각형 12건, 원통형 2건에서 불이 났다. 제조사별로는 LG에너지솔루션 32건, 삼성SDI 11건, SK이노베이션 1건, 기타업체 3건이었다. 용도별로는 ESS에 사용되는 32건, 전기차 배터리에서는 1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원통형 배터리(사진 왼쪽)와 파우치형 배터리(가운데), 각형 배터리. [사진 배터리전문사이트 플래시배터리]

원통형 배터리(사진 왼쪽)와 파우치형 배터리(가운데), 각형 배터리. [사진 배터리전문사이트 플래시배터리]

에너지 밀도 좋은 파우치형, 안전성 논란  

2차전지는 크게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으로 나뉜다. 국내 업체들 중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위주의 사업을 한다. 파우치형은 배터리 소재를 층층이 쌓아올린 형태로 에너지 밀도와 공간 효율이 우수하다. 생산공정이 복잡해 정교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각형 배터리는 배터리 소재를 알루미늄의 사각형 형태로 패키징한 배터리로 공간 효율과 에너지 밀도가 파우치형보다 낮지만 안전성과 내구성이 좋다. 원통형 배터리 역시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장점을 지녔다. 2018년 글로벌 시장에서 파우치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14.4%였는데 지난해 27.8%로 점유율이 급등했다. 각형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 점유율은 각각 49.2%, 23%였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 전기차(EV)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대구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 전기차(EV)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신정훈 의원은 국내에서 배터리 화재가 계속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정부의 일관성 없는 조사를 지적했다. 그는 “ESS 화재 관련한 산업부 조사는 1, 2차 조사의 결론이 엇갈리며 결국 3차 조사에 돌입했다”며 “전기차 배터리 화재 관련 국토부 조사는 산하 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놓고 기업들의 반발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배터리의 제조형태에 따라 화재 등 안전사고 발생 빈도가 차이를 보이고 있는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면밀한 안정성 기준 마련과 안전인증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기차 화재, 내연차보다 적어”  

익명을 원한 배터리업계 관계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는 모두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한다”며 “초기 기술적 결함들을 해소해 나가면서 글로벌 수주량도 크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포드와 손잡고 미국에 13조1000억원 규모의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도 파우치형이 주력이고,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을 진행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물량 대부분도 파우치형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의 안전성 문제와 더불어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만큼 결함이 보고되는 사례도 부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방청과 국토교통부 등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확률은 0.0027%로 내연기관차 0.01%보다 낮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도 최근 “독일에서 하루 평균 40대의 차량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부분 내연기관차”라고 보도했다.

전고체배터리의 구조. [삼성SDI 제공]

전고체배터리의 구조. [삼성SDI 제공]

"차세대 배터리 개발 투자 늘려야" 

더욱 안전한 미래형 배터리 개발에 투자를 더 늘리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서두르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로 화재 발생 위험이 현저히 줄일 수 있고, 에너지 밀도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일본 도요타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의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 장착 프로토타입 자동차”라고 소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교와 공동 연구를 통해 배터리사용 시간을 늘린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현대차와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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