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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리 기시다, 아베와 의원 동기…푸틴과 대낮 보드카 대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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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는 예상보다 쉽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기시다는 1차 투표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담당상을 1표 차로 제쳤고 곧바로 이어진 결선투표에선 257대 170으로 낙승을 거뒀다.

일본의 새 총리가 될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신임 총재는 1957년생으로 도쿄(東京)에서 태어났지만 히로시마(広島)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다. 중의원 9선 의원에 외무상·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음에도 눈에 띄지 않는 행보로 고노 다로(河野太郎) 등 스타형 정치인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다.

지난 17일 자민당 총재 후보자 토론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 [AP=연합뉴스]

지난 17일 자민당 총재 후보자 토론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 [AP=연합뉴스]

조부 기시다 미사키(岸田正記), 부친 기시다 후미타케(岸田文武)가 모두 경제인 출신 정치인이다. 주재원으로 파견된 아버지를 따라 미국 뉴욕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겪은 인종차별을 계기로 정치인의 꿈을 품었다고 한다.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장기신용은행에서 일하다 1993년 아버지의 히로시마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당시 함께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들어간 '동기'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다.

전통적으로 주변국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해온 파벌 '고치카이(宏池会·현재 기시다파)'의 수장이며 파벌 성향으로 보면 자민당 내에서 '리버럴', 온건보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사상적으로 다른 아베 전 총리와도 각을 세우지 않고 순종적인 입장을 취해 줄곧 아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혀왔다. 2007년 제1차 아베 내각에서 내각부 특명대신으로 처음 입각해, 아베 2차 내각에서는 외무상·방위상을 지냈다. 지난 2015년 외무상 재임 당시 아베 전 총리를 대신해 '한일위안부합의'에 직접 서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은행원 출신으로 산업 분야에 발이 넓고 특히 자동차 업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1988년 결혼한 부인 기시다 유코(裕子) 역시 히로시마 출신으로, 결혼 전 히로시마에 기반을 둔 자동차회사 '마쓰다'에서 임원 비서로 재직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해진다.

지난 2015년 12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자민당 새 총재. [중앙포토]

지난 2015년 12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자민당 새 총재. [중앙포토]

이번 총재 선거에서는 '레이와(令和·일본의 연호)판 소득 배증 정책'을 경제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베노믹스의 금융완화 정책 등 성장 전략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익이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고루 돌아가도록 '분배'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장 촉진을 위해 소비세는 10년 정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뚜렷이 드러내지 않는 기시다가 만들어갈 일본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내기는 쉽지 않다. 정치학자 나카지마 다케시(中島岳志) 도쿄공업대 교수는 『일본의 내일』이란 책에서 기시다를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적을 만들지 않으며, 유력한 지위를 손에 넣어온 순응형"이라고 표현했다.

스스로도 지난해 출간한 『기시다 비젼』이란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신뢰'와 '협력'을 내세우며 "리더는 다른 사람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실세인 아베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지지를 등에 업고 총리직에 오른 만큼, '아베-아소'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프로야구팀 히로시마 카프스의 열성 팬이다. 영어에 능통해 지난 2016년 외무상 재임 시절 히로시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직접 안내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정계에서 가장 술이 세다"는 평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낮 보드카 대결을 벌였다는 소문이 돌았을 만큼 애주가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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