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세계인터넷대회' 개막, 올해는 유난히 조용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지난 26일 세계인터넷대회(WIC)가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鎮)에서 막을 올렸다. 첨단 기술이 대거 등장하는 세계인터넷대회는 매년 각국의 주목을 받는 ‘축제의 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조용하다. 중국 금융당국의 인터넷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2021 세계인터넷대회'가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지난 26일 개막했다. [사진 DW news]

'2021 세계인터넷대회'가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지난 26일 개막했다. [사진 DW news]

세계인터넷대회는 지난 2014년부터 각국 여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해마다 진행됐다. 대회에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버 보안 등 첨단 기술 관련 신기술과 신제품이 대거 등장한다. 또 세계인터넷대회는 통상적으로 글로벌 인터넷 기업 수장들이 자리를 빛내며 친목을 다지는 플랫폼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세계인터넷대회가 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세계인터넷대회에 보낸 축사를 통해 “디지털 경제의 활력을 고양할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밝혔다. 그는 ‘미·중 신냉전’ 속에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과 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인터넷 분야에서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처럼 국제사회의 협력을 주장하면서도 중국의 디지털 안보 장벽을 더욱 튼튼하게 치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정부 규제 비판 이후 본격화된 중국 당국의 ‘빅테크 고강도 규제’가 지속되며 관련 업계가 불확실성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 1일부터 데이터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데이터보안법’을 시행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규제를 골자로 한 ‘개인정보 보호법’ 역시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당국이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자결제·쇼핑·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인의 일상을 장악하며 큰 힘을 얻은 빅테크를 ‘잠재적인 체제 도전 요인’으로 보고 통제에 나섰다고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해당 법안을 통해 자국 기업을 포함해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당 법안이 무역에서 기술 중심으로 옮겨간 미중 갈등을 한층 더 격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갑작스러운 중국의 ‘빅테크 옥죄기’ 정책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에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21 세계인터넷대회'에 참석한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 [사진 소후닷컴]

'2021 세계인터넷대회'에 참석한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 [사진 소후닷컴]

시장 불안이 지속되며 중국 인터넷 기업은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계인터넷대회 현장에는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 등 소수만 참여한 상황이다. ‘알리바바의 얼굴’이었던 마윈은 앞서 언급한 상하이 와이탄 금융 서밋에서 중국 정책을 비판하는 강연을 한 이후로 지난해부터 참석하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장융(張勇) 회장이 그의 공석을 메웠다.

2015년 시 주석을 포함해 7개국 지도자와 20개 주요 국제기구 관계자, 600여 명의 인터넷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썰렁한 올해의 세계인터넷대회 현장 모습과 달리, 2017년에는 팀 쿡 애플 CEO,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 척 로빈스(Chuck Robbins) 시스코 CEO 등 IT 거물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장융(張勇) 알리바바 회장이 '2021 세계인터넷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DW news]

장융(張勇) 알리바바 회장이 '2021 세계인터넷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DW news]

반면 올해에는 시스코, 인텔 등 글로벌 기업 모두 영상 축하 메시지로 현장 참석을 대신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화상 방식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테슬라가 중국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생산·판매·서비스 등 중국 사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이곳에 저장하고 있다”며 “중국인의 모든 개인정보는 안전하게 보관 중”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인터넷 규제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가 데이터보안을 보장하기 위한 최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규제 당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데이터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공개된 관련 법과 규정을 보게 돼 기쁘다”며 중국 정부의 데이터 규제를 지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화상 방식으로 '2021 세계인터넷대회'에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DW news]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화상 방식으로 '2021 세계인터넷대회'에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DW news]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주요 외신은 머스크 CEO의 이 같은 친중 행보가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매출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2분기 테슬라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경제 금융 전문 TV 채널인 CNBC는 테슬라가 중국 내 부정적 여론이 대두된 이후부터 입지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 외에 인텔과 퀄컴도 중국 당국 지지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CEO는 중국의 5G 출시 속도를 높이 평가하며 미국과 중국 업체 간 더 많은 협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퀄컴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인텔은 클라우드 서비스 지원을 위한 중국 당국의 데이터 센터와 인터넷 인프라 투자 확대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CEO [사진 快科技]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CEO [사진 快科技]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장융 알리바바 회장도 ‘공동부유론 지지’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장융 알리바바 회장은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보안에 관한 대중과 정부의 우려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굴지의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거란 의지를 표명한 상황 속 조용히 막을 올린 세계인터넷대회는 26~28일 3일간 진행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