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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직격 인터뷰-김병준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보수 향한 苦言

중앙일보

입력

“야권 단일후보로도 이재명 못 이길 수 있다”

반문 정서에만 의존해서는 대선 정권교체 힘겨워, 보수 버전의 분배정책 나와야
특정 캠프의 좌장·선대위원장 맡지 않을 것, 윤석열 후보 등에 정책 조언은 지속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분배와 복지에 눈을 뜰 때, 보수가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분배와 복지에 눈을 뜰 때, 보수가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병준(67)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세상은 그의 대구 수성구(갑) 출마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김부겸 당시 민주당 의원(현 국무총리)을 겨냥한 출마라는 명분이 있었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도 김 전 위원장의 승리가 예측됐다. 그러나 정작 김 전 위원장은 “대구에서 김부겸을 이길까가 나의 고민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실제로 얼마 후 그는 당의 요청에 따라 대구가 아니라 험지인 세종시(을) 출마를 받아들였고 낙선했다. 측근 그룹은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전파하려면 의원직이라는 스피커가 필요하다’며 지역구 변경을 만류했지만, 그는 “나 하나가 당선되고 떨어지는 게 대수인가?”라며 일축했다.

한국 정치판에서 김병준은 희귀종인 ‘스타일리스트’다. 현실 권력과 이상 사이에서 일관되게 후자를 선택했다. ‘위대해지려면 먼저 강해져야 한다’는 불문율을 거스르는 독특한 형태의 권력의지다. 개인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가의 마땅한 소명으로 여기는 반면, 김 전 위원장은 국가의 그런 태도는 비효율적이며 심지어 비도덕적이라고 확신한다. 다시 찾아온 대선 정국에서 그가 ‘문 정권의 연장은 안 된다’고 보는 근원적 이유는 이런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9월 8일 서울 서소문 중앙빌딩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해 “이대로 가면 어렵다”고 우려했다. 보수가 반문 정서를 뛰어넘는 필연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야권 단일화만 되면 이긴다’는 착각에 빠져 당내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는 작금의 상황으로는 ‘어게인 4·7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는 한낱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관료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저술한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의 부제는 ‘자유주의와 사회안전망을 위한 혁명’이다. / 사진:선 출판사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저술한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의 부제는 ‘자유주의와 사회안전망을 위한 혁명’이다. / 사진:선 출판사


9월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라는 긴 제목의 책을 내놨다.

“그동안 경제·사회 발전에 국가가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개인의 자유권을 바탕으로, 국가는 시장이나 공동체의 일에 손을 많이 떼야 한다. 왜냐하면 시장과 시민사회의 역량이 굉장히 커졌다. 국가는 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함에도 권력을 행사하며 앞서가는 시장과 시민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나?

“국가가 있어야 할 데는 안보, 그리고 자유주의 시장 밖으로 빠져나간(낙오된) 사람들을 위한 역할 등이다. 노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영세 자영업자 상당수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그러려면 컨트롤타워 같은 정책 주체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대통령이다.

“현재의 대통령과 국회 등 국가권력은 죽어 있지도 살아 있지도 않은 좀비다.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권력을 무소불위로 알지만, 그렇게 전지전능하지 않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5년을 같이 일하며 내린 결론이다. 물론 대통령이 누구 한 명을 장관이나 총리를 시킬 수 있고 잡아넣거나 기업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제대로 된 권력이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노동개혁·산업구조조정·금융개혁·교육개혁 등을 해낼 수 있는 힘이다.”

대통령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이 없는 것 아닌가.

“청와대에서 일할 때, 정책의 기안부터 국회 통과까지의 시간을 계산해봤다. 평균 35개월이 걸렸다. 인수위 때 구상하기 시작한 것이 레임덕 시기에 가서야 통과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지금도 문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들 하지만 검찰개혁 하나조차도 못하고 결국은 야당 대통령 후보(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칭)까지 만들어놨다. 국회도, 관료도 작동하지 않는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대한민국 관료들은 포퓰리즘에서 자유롭지 않나?

“진대제 전 장관에게 ‘삼성 사장으로 있다가 정보통신부 장관을 해보니 어떤지?’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삼성에 있을 땐 미래 생각하느라 과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관료사회에서는 과거 생각하느라 미래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더라. 또 하나는 ‘삼성에서는 10개를 해서 9개를 잘못해도 하나가 잘되면 부장·상무·사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관료 사회는 9개를 잘해도 하나를 잘못하면 목이 날아간다’고 하더라. 이런 지뢰밭 구조에서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고(복지부동), 사고 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 국가권력의 무딘 칼이 방향성도, 세상을 보는 눈도 없이 곳곳에 개입한다. 미래를 기획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진보와 혁신을 막고 있다.”

‘현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는 혹평으로 들린다.

“우리 국민은 목표 지향적이다. 좀처럼 만족하지 않는다. 만족하지 않으니 혁신이 일어난다. 한국이 글로벌 산업의 ‘테스트베드(새로운 제품·기술·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 혹은 시스템)’가 되는 이유다. 공동선에 대해서도 관념이 높다.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금반지가 나오고, 기업은 빠른 속도로 친환경과 공정 경쟁을 중시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이 (알아서) 뛰도록 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정부는 국민을 ‘국가가 가르치고, 규제하고, 감독하고, 지도하고, 보호해야 하는’ 유치한 존재로 바라본다. 먹방이나 소주 광고를 규제하려는 발상이 그런 식이다.”

우리 국민은 ‘나라가 시키면 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

“제3공화국 시절만 해도 국가주의 방식으로 경제를 일으켰다. 산업을 일으켜야 했지만, 국민이나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럴 때 국가가 계획을 했다. (일본 등) 다른 나라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할지 누구도 모른다. 공무원이 기업인보다 시장 변화를 잘 아나? 왜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않고, 실력도 우수하지 않은 국가가 가로막나?”

“반문 정서에만 의존하는 야권, 창피하다”

윤석열(가운데) 전 검찰총장은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이지만, 정치인으로서 철학에 관한 검증에 직면해 있다.

윤석열(가운데) 전 검찰총장은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이지만, 정치인으로서 철학에 관한 검증에 직면해 있다.



실력이 안 되는데도 이 정부는 왜 권한을 내려놓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첫째, 이 사람들은 이념적 자유를 부정한다. 자유가 불평등과 불공정을 낳는다고 본다.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려면 국가권력이 필요하다. 둘째, 자신들은 ‘선한 권력이기 때문에 국가권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선민의식과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멸시가 깔려 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져 국가주의로 흐르고 있다.”

평등이 자유보다 하위 개념은 아니지 않나?

“자유가 앞서는 곳에서는 뭐든지 얘기할 수 있다. 평등에 대한 얘기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평등하기 위해서는 자유권을 억압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절대적 권력이 점점 강해지면 평등의 가치까지 죽여버린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계급이 오히려 더 강화되는 이유다. 평등이 앞서게 되면 항상 그 사회는 불평등이 강화됐던 게 인류의 역사다. 자유가 앞서야 평등의 가치도 산다.”

이런 가치를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선 출마 대신 책 출간을 선택한 것 같다.

“출마 생각은 했었다. 많은 사람이 권했고, 당선과 관계없이 나도 마음은 있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이며, 국가의 역할을 포함한 산업구조 이슈를 던지고 싶었다. 대선주자가 되면 마이크가 온다. 그 화두를 던짐으로써 담론이 경쟁하는 대선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국민의힘) 출마자가 20명은 되더라. 이러면 출마해도 소용이 없었다. 메시지는 죽어버리고, 권력욕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었다.”

실제 범보수 진영에서 ‘반문정서’를 대체하는 무언가가 안 보인다.

 “어떻게 보면 창피한 일이다. 한국의 보수를 말할 때 국가주의적 자유주의, 즉 반공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아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반공만 하면 그게 자유주의라고 보는 식이다. 이는 과도기적 체제이지 궁극적 자유주의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권 확대를 바탕으로 국가(권력의 팽창)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의힘) 어느 후보도 (그 개념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최재형 후보는 “국민의 삶을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말했다가 역공을 맞았다.

“국가가 내 삶을 책임지겠다는 건 보호도 해주겠지만, 가르치고 규제하고 지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도덕적으로 앞서지도 못하고 미래를 보는 눈도 없는 국가가 뭐가 잘났다고 국민을 가르치나? 국가는 국민이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확장재정에 근거한 복지 정책은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철학의 실천으로 볼 여지도 있다.

“오늘 다 털어먹고 치우는 게 복지가 아니다. 복지가 지속가 능하려면 재정이 들어와야 한다. 세금뿐만 아니라 경제도 성장해야 한다. 성장 담론이 있고 대책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정부가 재정을 확보하는 방편 중 하나는 돈이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서 없는 사람에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평화롭게 지속가능하려면 돈을 내는 사람의 기분이 나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세금을 냄으로써 우리 사회를 안정화시키고, 정말 쓰일 만한 데 쓰인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주지 말아야 할 돈을 뿌린다. 복지가 아니라 복지 파괴다. 세금 내는 사람이 인정하지 못하는 지출을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정한 경쟁’은 보수의 이념적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적잖은 2030 남성층에서는 지지를 보내는 듯하다.

 “불공정에 대해 이 정부에서 국가는 없다. 국가가 정규직 노조 같은 힘 센 집단에 포획됐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시간강사나 계약직 교사들을 죽이고 있지만, 국가가 있을 곳에 국가는 없다. (이 대표의 이슈 제시에는 동의하지만, 설령 보수가 정권을 잡아도) 나는 국가가 해결 못한다고 본다. 국가는 더는 대기업 노조를 통제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文, 납세자가 인정하지 못할 지출 일삼아” 




국가조차 못한다면 노동개혁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것도 자유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3·4차 밴드 노동자가 조직력을 강화하도록 해서 모기업이나 1·2차 밴드 노동자를 견제하게 해야 한다. 유럽의 연대 임금제 같은 방안으로 가야 한다. 지금 대선에 나온 (보수 진영) 사람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민노총을 잡겠다’고 하지만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국가의 개념을 그나마 잘 이해하고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유승민이나 최재형 후보는 기본적으로 시장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뛰게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아 괜찮다. 원희룡 후보도 그런 측면이 조금 있는 것 같고…. 홍준표 후보는 내가 잘 모르겠다. 윤석열 후보는 규제 완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먹으면 병에 걸려 죽는 식품이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고 하면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해 설화에 휘말렸던) 윤 후보의 ‘부정식품’ 발언도 국가가 규제를 완화하면 당장은 부정식품이 범람할 수 있겠지만, 학부모와 선생님이 나서면 국가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 와전된 것이다.(진의와 별개로 곧잘 윤 총장이 구설에 휘말리는 데는) 하나의 메시지나 철학이 잘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퍼주기 욕만 할 줄 아니 보수가 그 모양”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어쩌면 김 위원장과 생각의 좌표가 가장 반대에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들은 국가의 권력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포퓰리스트들이다. 인간은 서로 능력의 차이가 있고, 생긴 것도 다르고, 말하는 것도 다르다. 평등을 지향하려면 인간의 차이점이나 자유를 눌러야 한다.”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을 보면 ‘국가가 국민의 민생을 해결해주겠다’는 접근법이 어쨌든 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일시적으로 통하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보수 진영의) 대안이 안 보이니까 우선 따라가는 것이다. 보수 버전의 분배 담론 같은 대안적 그림을 그려줘야 국민이 그런 포퓰리즘을 따르지 않는다. 저쪽에서 퍼주겠다면 ‘아니야, 우리는 이렇게 분배할 거야’ 이런 게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분배로 가면 보수나 우파는 캄캄하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보수의 대안’은 무엇인가?

“복지·교육·인력양성 등 사회비 지출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가 20%가량이다. 우리나라는 12~15%에 불과하다. 우리도 20%를 목표로 더 많이 나눠줘야 한다. 다만 낭비 없이 제대로 나눠줄 그림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뿌리면 복지 파괴다. 복지와 분배 담론이 없는 보수는 사이비 보수다. 자유주의는 불평등에 의해 무너진다. (자유주의를 지속하려면 선제적 복지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분배 담론이 없으니 한국의 보수가 그 모양인 것이다. 퍼준다고 욕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놔야 한다.”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문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현실 정치에서 위력을 발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주는 건 매표 행위다. 이 정부가 분배나 복지 체계를 무너뜨렸다. 물론 상황이 다급하면 많이 쓸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가 재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 나쁜 것은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위태로운 정도까지 (재정을) 몰고 갔음에도, 앞으로 우리 경제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대략적인 그림조차 없다. 선거를 앞두면 (기계적으로) 뿌린다. 대안이 없는 보수는 더 답답하다.”

정작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책 대안보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투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이기는 것만 지상의 목표로 삼으니까. 이 사람들은 국정을 운영하고 국가를 관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내가 미는 후보가 이기기만 하면 공기업 사장 자리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주당 재집권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생각으로 대동단결하지 않나?

“그럴 수는 있다. 그렇지만 선거가 끝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이겼다. 그런데 대통령 당신은 얼마나 잘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훅 가는 것이다. ‘이 사람이 무엇 때문에 대통령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의심받는 승자의 저주가 올 수 있다.”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 확실… 담론에 강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의 이슈 파이팅 능력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의 이슈 파이팅 능력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얼마 전까지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한 주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태산을 옮겨야 하는 과제 앞에 놓이게 된다. 삽자루 하나만 들고 있는 느낌일 것이다. 대통령은 문제를 푸는 자리다. ‘민노총을 어떻게 하지?’, ‘교육개혁은 어쩌고?’ 하다 보면 엄두가 안 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럼에도 윤 후보 주변에서는) 잔칫집에서 자리 나눠 먹느라 바쁠 수 있다. 이런저런 개혁을 하겠다고 건드리지만,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러다가 레임덕이 오고 불행해진다. 얼마나 많은 대통령이 죽어야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누군가 사람 한 명을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둬야 할까?

“대통령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권력은 이미 작동하지 않는다. 태산을 누가 옮겨야 하느냐면 온 국민이 다 나와야 한다. 대통령은 삽자루를 놓고 마이크를 들어야 한다. 태산을 보지 말고, 뒤돌아서서 국민과 얘기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우리 국민이 너무 분열돼 있다.

“비전을 보여주는 게 리더 아닌가. 박정희 대통령은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했다. 독재를 했지만 자동차를 보유할 수 있는 시대, 국민 소득이 늘어나는 시대, 원한다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로 인도했다. 비전을 보여줘서 국민적 설득을 끌어내려면 ‘이 사람은 믿어도 된다’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유력 대통령 후보 중에는) 온갖 부정부패, 집행유예 전과자, 선거법 위반, 사기범들이 가득하다. 국민의힘만 봐도 ‘김웅 사태’를 비롯해 일부 의원의 간통 시비, 부동산 문제가 생겨도 입을 다물고 있다. 어떻게 국민에게 태산을 옮기자고 할 수 있겠나. (요즘 상황을 보면) 속이 터져서 말이 안 나온다.”

아직까지는 정권교체 여론이 우세하다.

“이대로 가면 어렵다고 본다. 저쪽(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될 것으로 본다. 그는 비문 내지 반문으로 갈 것이다. 문재인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그러면 문재인 심판을 내세웠던 보수는 공략할 포인트가 사라진다. 정권 심판론이 안 통하면 4·7 재·보궐선거와 완전히 달라진다.”

이재명 후보는 확장성이 약점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후보는 TK(대구·경북) 출신이다. 보수 우파의 본산인 TK부터 흔들릴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사면 문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가 직접 ‘성장’을 꺼내는 등 담론(이슈 파이팅)에 강하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정부 예산을 쓰면서 중앙정부부터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국책사업과 관련한 이해관계를 매개로 지지 세력이 집결해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아직도 단일화만 되면 이길 것이라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는 게 불안하다.”

대선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구상하고 있는가?

“윤석열 후보 쪽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특정 캠프의 좌장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대표했던 사람이 특정 캠프의 손을 드는 것은 민망스럽다. 그리고 캠프에 들어가면 내부 관리에 빠져서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야권 후보가 결정되면 선거대책위원회를 맡을 수 있지 않나?

“적절치 않다. 아웃사이드에 존재하면서 조언을 해주는 게 내 역할 같다. 공직에 대한 생각은 접었다. 강의하고, 포럼하고, 청년들과 새로운 얘기를 많이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 힘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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